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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단체들 너무 극성” 이호철씨 문단 질타

입력 | 2004-07-28 18:09:00


“문학계는 양적으로는 호황이지만 내실은 잡박(雜駁)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쩌다가 읽어볼라치면 소설인지 잡설인지 수필인지 잡문인지 알쏭달쏭한 것들이 태반이다.”

“‘예총’ ‘민예총’을 비롯해 문화, 문학단체들이 너무 많다. 지구촌 어디를 봐도 문화, 문학단체가 이렇게 극성인 나라를 또 찾아볼 수 없다.”

원로작가 이호철씨(72·사진)가 문단 전체를 향해 쓴소리를 던진 책을 펴냈다. 제목 역시 ‘이호철의 쓴소리’(우리교육).

원로 작가의 눈에 비친 오늘날 문단의 모습은 ‘신인장사’ ‘언론플레이’ ‘문단 로비스트’ ‘정치꾼’ 등의 해괴한 용어가 판치는 ‘아수라장’에 ‘도깨비판’이다. 그가 쏟아내는 비판은 거침없다.

“…어느 작가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알 길도 없고, 나름대로 로비 활동으로 설치는 쪽이 작품을 발표할 지면도 얻는다” “심하게 말하자면 ‘날건달’들이 너무 많다. 대체 그들이 어째서 예술가인지 알쏭달쏭한 사람들, 정체불명의 사람들도 너무 많다” “소위 국제화 추세에 맞춰 자신의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게 하려고 제각기 연줄과 통로로 알게 모르게 별별 방법이 다 동원되고, 해당 예산에 눈독을 들이고, 노벨상이라나 뭐라나, 그쪽을 넘보는 축도 갖가지 행태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등단을 둘러싼 ‘검은 뒷거래’도 개탄했다. 한 문학 잡지가 소설 공모 당선자에게 심사위원 식사비는 물론 심사료까지 떠넘긴 뒤 ‘키워주겠다’는 조건으로 잡지 600권을 구입하도록 강요한 사례며 한 중진 시인이 재미 교포에게 등단을 조건으로 60만원을 요구한 추태도 밝힌다.

이씨는 250여개나 되는 문학잡지는 “태반은 저질 수준이라 입장 바꾸어서 내가 독자라 할지라도 기겁을 하고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수준”이며 신춘문예 당선작의 질 역시 점차 낮아져 이제는 “목불인견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개탄한다.

그는 최근 ‘젊은 감각’을 표방한 작품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감각’이라는 건 인생이나 세계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고가 안받침돼야 한다. 작품의 수준은 결국 해당 작품 속에서 ‘사고의 수준’으로 귀일되는 것이며 ‘싱싱한 젊은 감성’은 그것이 있고 난 그 다음의 문제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