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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파트 투기 잡기와 시장 죽이기

입력 | 2004-07-28 18:50:00


거래신고제가 실시되는 지역의 5월 아파트 거래건수가 1년 전에 비해 최고 70%나 줄었다. 전세시장에서는 세입자가 이사를 가려해도 새로 들어올 사람을 찾지 못하는 역(逆)전세난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행정수도’ 예정지 주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업체의 부도가 늘고 있다.

지난 정권의 인위적인 부양책으로 집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좌절감을 느꼈던 서민층에는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소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주택경기 급랭은 투기광풍에 못지않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우선 건설경기가 1조원 규모 가라앉으면 2만명의 실업자가 생겨난다. 국민 다수의 복지를 위해 시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또 주택은 금융과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은행권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이 150조원이 넘는다. 집값 폭락은 금융부실을 낳고, 이는 다시 실물경제를 강타하는 악순환을 빚는다.

더구나 집값이 단기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중장기적으로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수도권의 205개 재건축조합은 재건축아파트에 일정비율만큼 임대주택을 섞어 짓도록 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조합설립인가증을 반납하고 재건축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올해 상반기 주택건설허가건수가 1년 전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마당에 재건축마저 급감한다면 공급부족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택경기가 널뛰기를 하면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수많은 피해자가 나온다. 이런 까닭에 주택정책은 수요와 공급의 중장기적인 조화를 목표로 삼아야 하고, 투기는 막되 거래는 활발하도록 숨통을 터줘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 죽이기를 투기대책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