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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사법부까지 사회분위기에 영합한다면

입력 | 2004-07-28 18:50:00


새 대법관 제청 후 역량 있는 법원장 두 사람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은 큰 손실이다. 특히 사퇴에 즈음해 “최근 판결의 공정성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작금의 우리 사법부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아닐 수 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법부에도 일정한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몇 판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관의 ‘양심’보다 ‘의식’이 더 중요시되고, 그러다 보니 시류(時流)에 영합하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는 이른바 ‘진보적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 등에서 임의로 대법관 후보를 공개 추천하는 것을 의식한 소장 판사들의 ‘매명(賣名) 판결’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법원 주변에서 “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는 특정 변호사단체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거나 “변호사 출신 현 정부 실세들과 관련 또는 친분이 있는 법무법인들이 사건을 독식하다시피 한다”는 얘기가 오가는 것도 결코 사소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법부는 새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여론을 수렴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대법관 제청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보수 또는 진보 일색의 사법부보다는 양 진영을 아우르는 전문적이고 다양한 인적 구성이 법치 구현에 이상적일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야만 현 대통령 임기 중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교체되는 것에 대해 “대법원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벌써부터 현 정부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한 자천타천(自薦他薦)의 대법관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법관은 사법부의 권위와 위상이 오직 법관 개개인의 전문성과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양심적이고 고뇌어린 판결’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