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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법무 전격교체]“너무 즐거워서 죄송해요, 호호”

입력 | 2004-07-28 18:53:00

28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 대회의실에서 재직기간 동안의 소회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강병기기자


“올 때도 요란했는데, 갈 때까지 요란해서 죄송해요….”

28일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강금실(康錦實) 전 장관은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앞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란색 투피스 차림의 그는 평소처럼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1년5개월여에 걸친 재임기간은 성과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강 전 장관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면모를 적절히 배합해 검찰개혁의 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업적 vs 갈등=강 전 장관의 가장 큰 업적은 검찰인사 쇄신 및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상당 부분 성공한 것.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검사장급 인사에서 기수와 서열을 고려하지 않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중견간부 및 평검사 인사도 ‘경향(京鄕) 교류에 따른 순환인사’ ‘능력에 따른 발탁인사’ 원칙을 고수했다. 이와 맞물려 검찰 형사부 기능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이런 인사 원칙은 그의 재임기간 내내 지켜졌고, 처음엔 동요하던 검찰도 안정을 찾아갔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 현대비자금 사건 및 나라종금 사건 등 민감한 정치성 짙은 수사에서는 정치권의 ‘외풍’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검찰 수사권 독립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 밖에 지난해 5월에는 장관 자문기구인 법무부 정책위원회를 발족시켜 7월 준법서약제를 폐지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규정을 없앴다. 국가보안법 개정 및 한총련 수배해제 문제도 줄곧 관심을 놓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은 이날 “그동안의 노력으로 검찰 개혁과제가 자리 잡아간다고 생각한다”며 “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사와 조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게 제일 뜻 깊다”고 자평(自評)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이자 비검사 출신 장관이며 40대 장관으로서 숱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는 대검 중수부 폐지 문제와 촛불시위 관련자 체포영장 청구 사전보고 문제,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 문제 등을 놓고 검찰과 충돌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기소권을 줘야 하는지를 놓고 최근 정치권과도 마찰을 빚었다. 4월 총선 때는 계속되는 열린우리당의 총선 출마 권유를 뿌리치느라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

▽소회와 향후 거취=“너무 즐거워서 죄송하죠…호호.”

장관 교체에 대한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원하던 휴식을 갖게 됐다는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장관으로 있는 동안 자신을 도와준 법무부와 검찰 직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도 법무부와 검찰의 변화를 잘 지켜보고 도와 달라”며 “따뜻한 마음으로 가게 돼서 고맙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추진 도중 물러나는 게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물처럼 흐르는 게 좋은 것이며, 사람마다 때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퇴임 이후 프랑스나 스페인 등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 그 이후에는 장관 취임 이전에 활동하던 법무법인으로 돌아가 ‘본업’인 변호사 활동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장관 재임시 검사를 ‘눈사람’(눈처럼 순결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본인이 풀이)에 비유한 e메일을 검사들에게 직접 보내는가 하면, 법무부 고위 간부들과 ‘폭탄주’를 나누는 대신 단체 영화관람이나 클래식감상을 했던 강 전 장관. 그는 “옷깃만 스쳐도 어마어마한 인연”이라며 “같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정을 들이고, 좋아하는 관계가 된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1년5개월의 장관 생활을 요약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강금실장관 이런말 저런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2003년 6월, 일선 검사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이건 코미디야, 코미디(2003년 11월 7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 통과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입씨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남자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데 왜 징발돼야 하느냐(2003년 11월 23일,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본인들은 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필요에 의해 설득해 징발하는 성격이 될 수 있다”며 강 장관을 총선에 출마시킬 뜻을 밝힌 데 대해)

△사랑은 하는데 돈 때문에 헤어진게 아니고, 문제를 겪으면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2003년 12월,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전남편과의 이혼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나의 진짜 꿈은 노는 것이고,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2003년 12월,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께서 법무장관으로 가라고 할 땐 겁이 났었다(2004년 1월 30일, 경기 용인시에서 열린 경찰 지휘관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강금실’이라는 이름은 촌스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강효리’라고 하면 뭔가 세련된 것 같기는 하다(2004년 1월 30일, 경찰 지휘관을 상대로한 특강에서 한 경찰간부가 “‘강효리’(강 장관의 별명)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묻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