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28일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전을 앞두고 더스티 베이커 감독(시카고 컵스)이 기자들 앞에서 털어놓은 불만이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해 뉴욕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현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300승에 다가설 때 매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언론에서 얼마나 난리를 피웠냐. 그런데 요즘은 신경을 너무 안 써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서운해 하는 것은 자기 팀의 그레그 매덕스(38·사진)가 300승을 눈앞에 뒀는데도 언론에서 거의 취급을 안해주기 때문.
매덕스가 누군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 게다가 16년 연속 15승 이상(88년∼2003년)을 거둔 유일한 선수다.
직구 스피드는 140km 안팎에 불과하지만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살짝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예술이고 포수가 미트를 갖다 놓는 지점으로 정확히 공을 꽂는 제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한 게 흠. 맞혀 잡는 투수이다 보니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나 로저 클레멘스 같은 강속구 투수처럼 열광적인 인기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올 스토브리그에서 이미지를 구겼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났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데려가는 팀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옛 친정팀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지만 연봉은 지난해 1475만달러에서 올해 600만달러로 절반 이상 깎였다.
28일 밀워키전에 선발등판한 매덕스는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개인통산 299승째(170패)를 따냈다. 그는 경기를 끝낸 뒤 “300승보다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아니라 ‘팀’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덕스는 다음달 2일 그가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22번째 300승 달성에 도전한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