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를 낮출 방침을 내비쳤다.
이 부총리는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공동주최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제주 서머 포럼’ 기조연설에서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과세표준(과표)을 현실화하면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과표란 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말한다. 그는 이어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도 세금 부담이 계속 높아지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올 하반기에 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稅制)를 합리적으로 고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23일 재경부 정례 브리핑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관련해 (재산세 등 보유세의)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세율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또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사회 전반의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의논을 하면서 필요할 때는 목소리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의 주역은 기업이며 정부는 2차적인 존재”라면서 “정부가 세제 지원 등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기업가정신을 포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과 상인은 역사적으로 편안한 상황이었던 때가 한번도 없었다”며 “기업인은 점점 커지는 투자위험 속에서도 무기력증을 떨치고 일어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유가불안 등으로 경제회복 정도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일본식 장기불황이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하반기 수출 호조세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렇게 좋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당초 올해 55만∼57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47만∼50만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인들이 투자활성화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이날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이 잇따라 질문했으나 답변을 거부한 채 신라호텔을 떠나 눈길을 끌었다.
서귀포=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