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친구를 둔 덕분에 얼마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1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 바이올린을 배우는 그녀가 춤곡 미뉴에트를 능숙하게 연주한다는 소식은 나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기에 꽤 강력했던 것이다.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하니, 사람들은 “우와, 멋있다”는 찬사를 보냈다. 그런 반응의 배경에는 이런 뉘앙스가 있다.
①피아노보다 희소하다.
②서른이 넘어 뭔가 배울 수 있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부럽다.
③적당히 클래식하고, 적당히 폼이 난다.
어쨌든 나는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그 노래는 얼마 전 배우 박신양이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극중 연인 김정은을 위해 부른 것이다.
드라마를 본 독자들은 그룹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떠올리겠지만, 아니다.
박신양이 “사실은 제가 연애를 합니다. 오늘 너무 긴 하루를 보낸 그녀가 잠시나마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 노래는 동요 ‘나비야’였다.
‘나비야’라는 노래가 그토록 로맨틱하고 가슴 떨릴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노래의 가사를 정작 끝까지는 모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찾아보니, ‘나비야’의 가사는 이랬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노랑 나비 흰 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봄바람에 꽃잎도 방긋방긋 웃으며/참새도 짹짹짹 노래하며 춤춘다.’
우리를 둘러싼 일상은 우리의 사고에 의해 옷을 입는다. 인스턴트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너그럽기보다 조급한 시간들이다. 알고 지내는 한 대학 교수는 이를 ‘포스트모던한 시간’이라 했는데,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문화센터를 찾은 첫날 적잖이 실망했다. 10명 남짓한 수강생이 있어 강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의외로 짧았다.
“차라리 개인교습을 받을 걸 그랬나봐.”
툴툴거리는 내게 친구는 말했다.
“하하, 전문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시려고?”
그녀의 느긋함이 경쾌한 미뉴에트 연주를 가능케 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랑나비를 본 지도 꽤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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