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국 대선 때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동으로 투개표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올해 대선이 코앞인데도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플로리다주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로 실시된 민주당 도지사 예비선거 결과가 컴퓨터상에서 모두 사라졌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민단체인 선거개혁연합이 최근 당시 선거에 대한 결산용 자료를 요구했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 전자투표기가 사용된 3월의 플로리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1.09%의 표가 누락됐다고 USA투데이가 최근 전했다.
플로리다주는 2000년 대선에서 ‘펀치 카드’ 투표용지를 사용했으나 천공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가지 않아 기계가 읽어내지 못하는 표가 문제가 돼 손으로 재검표까지 했다. 이후 펀치 카드를 폐기하고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전자투표는 시스템 오류로 기표 결과가 날아가면 손으로 재검표할 수도 없다. 캘리포니아주와 오하이오주 등은 스크린상에 표시를 하면 바로 종이로 출력되는 장치의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지만 문제는 남는다. 투표관리직원이 종이를 갈아 끼우기 위해 기계를 열 때 직전 투표자가 누굴 찍었는지 볼 수 있어 비밀투표 보장이 안 된다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선거지원위원회를 설립했지만 투표장비에 대한 기준지침을 논의하기 위한 첫 번째 기술자문회의도 지난달 28일에야 열렸다. 투표 날짜는 다가오는데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교체장비를 구입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13일에는 미국 24개 도시에서 전자투표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