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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80년대 명가드 이형숙씨 대만여고팀 이끌고 내한

입력 | 2004-07-29 18:19:00

대만 여고농구팀 사령탑으로 한국을 찾은 왕년의 명가드 이형숙씨. 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인 그는 “올해가 기적의 준우승을 차지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감명 깊다”고 밝혔다. 김종석기자


“농구와 결혼했어요.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는 선수들이 제 자식 같아요.”

80년대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가드였던 이형숙씨(40)가 대만 여고 팀을 이끌고 최근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다. 이달 초 창단된 가오슝의 사찰 불광산사 재단 보문고의 사령탑을 새롭게 맡게 된 것.

현역 시절 ‘왕눈이 가드’로 불린 이씨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약관의 나이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선 금메달의 주역을 맡았던 스타 출신.

92년 한국화장품에서 은퇴한 뒤 대만여자농구리그 타이웬 선수로 활약하다 96년 감독으로 변신해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차지했다. 4년 전에는 대만 대표 감독 제의까지 받았다. 지난해 말 계약기간이 끝난 뒤 소속팀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린 선수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고교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아직 독신.

다음 달 21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국내 여고팀과의 연습 경기 등을 통해 11월 시즌 개막에 대비한다. 농구를 갓 시작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경험이 부족하지만 1m80이 넘는 장신이 10명 가까이 있어 성장 가능성은 높다는 게 이씨의 얘기. “힘이 들어도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느는 선수들을 보면 보람이 커요.”

그는 국내 농구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국내 여고 선수들 기량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어요. 프로 지도자들도 성적을 내기 위해 신인보다는 고참 위주로 기용하다보니 세대교체도 어렵고. 앞으로가 걱정이에요.”

이씨는 30일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20주년 기념식에 참가해 모처럼 당시 주역들을 만나고 다음 달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도 격려한다. “올림픽 후 벌써 20년이 흘렀네요. 꿈만 같아요. 어느새 마흔이 됐지만 그때 멤버들을 만나면 전 여전히 막내랍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