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선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법안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초선의원은 “이 법안의 미 의회 통과에 반대하는 결의안의 국회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여당 일각의 우려’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정권의 반발’만 걱정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 의회 내 대북 온건파들도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번 법안에 한국 여당이 반대할 경우 이들 온건파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우려다. 한 관계자는 “대북 강경파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이 지난해 11월 상원에 제출한 ‘북한자유법안’은 ‘북한붕괴법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경한 내용이지만 이번에 통과된 ‘북한인권법안’은 의회 내 대북 온건파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크게 바뀐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법안을 ‘북한 체제의 붕괴’를 노린 것이라는 식의 음모론으로만 볼 경우 ‘한국은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나라’라는 나쁜 인상을 국제사회에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정부측 걱정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조차 ‘기권’한 우리가 다른 나라(미국)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까지 반대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인권 외교’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 5일 이임하는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 대사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되씹어 봐야 할 듯하다.
“대북인권법안에 대한 우려는 법안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법안은 전 세계 누구나 누리는 인권을 북한 주민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 오신 분들인 만큼 취지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형권 정치부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