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느덧 불혹을 넘긴 41세의 나이. 하지만 그의 실력과 인기는 여전히 ‘짱’이다. 2m8의 큰 키에서 내리찍는 시속 160km의 왼손 강속구, 여기에 150km에 육박하는 면도날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에게 공포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니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자마자 상위권 팀들이 ‘우승 청부’를 하기 위해 벌떼처럼 달려들 수밖에….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빅 유닛’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사진)의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시간으로 8월 1일이 지나면 이적을 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는 뛸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워낙 거물인 탓일까. 협상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존슨은 LA다저스의 러브콜에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했다. 좀 더 확실한 월드시리즈 카드를 원했기 때문이다.
‘컨트리 맨’ 존슨은 애리조나에서 2001년 우승반지를 끼긴 했지만 항상 그가 소속된 팀은 그저 그런 변방의 팀이었다. 하지만 존슨은 팀이 어렵사리 포스트시즌에만 올라가면 일기당천의 활약을 펼쳤다. 최강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선 4승 중 3승을, 시애틀 시절인 1995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선 3승 중 2승을 혼자 따냈다.
그러나 이런 존슨도 나이에 대한 부담을 느꼈던지 우승팀 에이스란 쉬운 길을 택하려 하고 있다. 존슨은 5월 19일 애틀랜타를 상대로 사상 최고령 퍼펙트를 달성하는 등 올해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애리조나가 메이저리그 최하위 승률을 헤매고 있는 탓에 10승8패에 머물고 있다. 트레이드마크인 탈삼진 174개에 평균자책은 2.68. 6월 14일 9승을 올린 이후 8경기에선 평균자책을 더욱 낮췄지만 1승4패에 그쳤다.
이에 따라 존슨이 한때 ‘악의 제국’으로 불렀던 양키스행에 가장 무게가 실리고 있긴 하다. 돈이라면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양키스도 마이크 무시나, 케빈 브라운에 이어 올랜도 에르난데스까지 줄부상을 당한 팀 사정 때문에 쌍수를 들고 존슨의 입단을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여의치는 않다. 긴축재정을 선언한 애리조나가 양키스에서 구미에 맞는 마이너리그 유망주를 찾지 못한 때문. 5선발급인 호세 콘트라레스에게 눈길이 가긴 하지만 그마저도 총액 1400만달러의 거액 연봉 소득자.
양키스 외에 애너하임과 샌디에이고, 보스턴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이들 팀 역시 이런저런 사정이 있는 상태. 이에 따라 존슨이 일단 애리조나에 잔류한 다음 올 시즌이 끝난 뒤 트레이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존슨은 31일 덴버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예정대로 선발 등판한다. 이게 애리조나에서 보낸 6년의 마지막 등판이 될지는 트레이드 초침이 멎는 순간에야 비로소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