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일 요르단)→ 2-0(23일 아랍에미리트)→ 4-0(27일 쿠웨이트)→ ?(31일 이란).’
한국 축구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과 궁합을 맞추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추세라면 31일 오후 10시(KBS 2TV 중계) 중국 지난에서 열리는 ‘난적’ 이란과의 2004아시안컵 8강전 승리는 물론 44년 만의 우승도 꿈이 아니다.
이란은 역대전적에서 6승3무7패로 한국에 근소하게 뒤져 있다. 2승2패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아시안컵에서는 3개 대회 연속 8강전에서 한국과 맞대결할 만큼 질긴 인연.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1996년 대회 8강전에서는 한국에 2-6의 치욕적인 참패를 안겼고, 2000년 레바논대회 8강에서는 한국이 2-1로 역전승하며 설욕했다.
그렇다면 31일 세 번째 8강전 대결의 결과는? 패한 팀은 귀국행 보따리를 싸야 하는 상황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모두 이겨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강하다. 선수들의 정신적, 신체적인 상태에 승패가 달려 있다”며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다행인 것은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는 점.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후 다섯 번째 경기였던 쿠웨이트전 대승도 수비에서 미드필드를 거쳐 공격까지 플레이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아 들어갔기 때문. “예선보다는 8강전이, 8강전보다는 4강전에서 더욱 경기 내용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신문선 SBS해설위원의 전망.
공격은 2회 연속 득점왕을 노리는 이동국을 정점으로 좌우에서 설기현과 차두리가 지원하는 ‘3톱’ 형태를 유지할 전망.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경기를 읽는 눈과 개인기가 좋은 안정환은 후반 조커로 투입되고 박지성은 플레이메이커로 경기 전체를 조율한다.
본프레레 감독은 “매 경기 선수를 교체하면 좋은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다”며 일단 기존 선발진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갈수록 정교함을 더하는 ‘3-4-3’ 포메이션도 유지된다.
희망적인 소식은 요르단전 퇴장으로 뛸 수 없었던 최진철이 쿠웨이트전부터 복귀하며 한국은 수비가 안정을 되찾은 반면 이란은 수비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 조별 예선(오만전) 폭력사건으로 모하메드 노스라티, 라흐만 라자에이, 알리 바다비 등 주전 수비수 3명이 모두 뛰지 못한다.
또 A매치 통산 128경기에서 95골을 터뜨린 알리 다에이와 2003아시아축구연맹(AFC) 선정 ‘올해의 선수’ 메흐디 마흐다비키아, 중앙 미드필더 알리 카리미가 포진한 이란의 공격은 날카롭지만 예선 3경기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운재의 방패가 믿음직스럽다.
한국은 이란 고비를 넘기면 다음달 3일 중국-이라크전 승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한편 중동의 복병 바레인이 2004아시안컵(제13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먼저 4강에 올랐다.
바레인은 30일 중국 청두의 쓰촨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겼다. 이로써 바레인은 일본-요르단의 8강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은 1-2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2분 블라디미르 시셸로프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했으나 승부차기에서 2명이 실축하는 바람에 눈물을 삼켰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