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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서울]영화 ‘어린 신부’와 어린이대공원

입력 | 2004-07-30 18:24:00

영화 ‘어린 신부’에서 여고생 보은(문근영)이 신혼여행을 가다 도망쳐 학교 선배와 데이트하는 장소인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식물원. 열대식물관과 선인장식물관, 자연학습실에 360여종 4300여그루의 각종 식물이 있다.- 장강명기자


16세 소녀와 24세 청년의 결혼 이야기를 다룬 ‘어린 신부’는 올 4월에 개봉돼 전국에서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황당하고 작위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김래원, 문근영 두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기 때문. 특히 문근영은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는 외모로 영화 개봉 이후 스타덤에 올랐다.

문근영이 하면 불륜(?)도 깜찍했다.

신혼여행길에서 몰래 도망친 여고생 보은(문근영)은 학교로 돌아와 평소 짝사랑하던 학교 야구부 선배 정우(박진우)와 꿈에 그리던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 장소는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영화는 초반부에서 능글능글하고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순진하기 그지없는 보은의 성격을 대비하는 데 주력한다. 두 배우가 따로 등장하는 배경도 밤과 낮, 성인과 미성년자의 공간으로 주의 깊게 선택됐다.

상민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는 당구대와 복층 플로어가 있는 최신식 나이트클럽.

반면 여고생 보은의 ‘꿈’이 집약된 장소가 바로 이 어린이대공원이다. 어린이대공원에는 거대 테마파크의 스펙터클은 없어도 순수함과 편안함이 있다. 전체 면적 17만9700여평 중 60% 이상이 나무숲과 잔디로 돼 있다.

원래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비 순명황후 민씨의 능터였으나 이장 후 골프장으로 사용됐고,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공원이 들어섰다. 1973년 건설 공사는 당시 서울시가 벌인 토목공사 중 지하철 건설에 다음가는 대역사(大役事)였다고 한다.

개원 당시에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도심 속의 작고 푸른 휴식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대공원에서 보은과 정우의 데이트 코스는 무지개분수→식물원→생태연못 나무다리.

무지개분수는 후문으로 들어가면 있다. 길 가운데로 분수가 늘어서 관람객들은 영화처럼 동심에 젖어 물방울 사이를 달릴 수 있다. 맑은 날 해를 등지고 분수를 바라보면 무지개를 볼 수 있다.

식물원에서 나와 중앙분수대를 지나면 생태연못이 있다. 갈대숲 사이로 연못 위 나무다리를 걷다 보면 보은과 정우가 앉아 손을 잡은 벤치가 나온다.

이곳에서 보은은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정우의 물음에 “(남편은 있어도 남자친구는) 없어요”라고 대답하고, 두 사람은 사귀기로 한다.

대공원에는 이 밖에도 놀이동산과 수영장, 동물원, 야외음악당, 인공폭포 등의 부대시설이 있고 고당 조만식, 남강 이승훈, 고하 송진우의 동상과 국민교육헌장, 어린이헌장 등의 기념비도 있다.

가족 관람객이라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차산성과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대공원 정문은 지하철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후문은 5호선 아차산역에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www.childrenpark.or.kr

(도움말=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이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정열씨(고려대 영문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