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간첩 및 빨치산 출신 비전향 장기수의 ‘민주화 기여’ 인정 논란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그것이 민주화운동이든 아니든, 공권력의 불법 부당한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과 국민 침해 행위를 조사해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6월 말로 활동이 종료된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활동 결과를 보고받은 자리에서 “이번 논란은 민주화운동만 조사 대상으로 삼은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의 규정 때문에 생긴 혼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의문사위를 공격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의문사위의 판단이 정치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의문사위의 활동에 큰 문제가 없으며 의문사위의 결정을 근거로 한 야당의 국가정체성 공세를 사실상 ‘정치공세’라고 반박한 것이어서 논란을 확산시킬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의 의문사위 활동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를 단편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지난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가적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혀 제3기 의문사위를 별도로 두기보다는 과거사 전반에 대한 진상규명 기구에서 함께 다루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야당은 의문사위가 벌인 일련의 국기문란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강한 의문을 가져 왔는데 대통령이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며 “국회 행정자치위, 법사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문사위는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과거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받은 유죄 판결의 법적 효력 무효화 △평시 상황에서의 군사법원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