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트리플 크라운’은 꿈의 기록으로 불린다.
투수는 다승, 평균자책, 삼진에서 1위를 휩쓸어야 하고 타자는 타율, 홈런, 타점 타이틀을 모두 차지해야 한다.
트리플 크라운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18차례, 타자는 14차례에 불과하다. 60년 역사의 일본에서도 투수 11차례, 타자 10차례만 나왔을 만큼 쉽게 넘볼 수 없다.
하지만 올해 국내에선 투수와 타자가 사상 최초로 동시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하고 있다. 두산 에이스 박명환과 현대 외국인 타자 브룸바가 그들이다.
박명환은 지난달 29일 잠실 롯데전에서 10승 고지에 올라서며 배영수(삼성), 레스(두산)와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삼진은 120개로 2위 엄정욱(109개·SK)을 11개차로 따돌렸고 평균자책 역시 2.56으로 선두. 3관왕의 요건을 이미 채운 것.
국내에서 투수 트리플 크라운은 ‘국보급 투수’였던 해태 선동렬이 1989년부터 91년까지 3년 연속 달성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
13년 만에 대기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명환은 “컨디션도 최고이며 올해 모든 게 잘 풀린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명환은 10승1패로 승률(0.909)에서도 1위를 넘본다.
마운드에 박명환이 있다면 타석에는 브룸바가 있다. 브룸바는 타율 0.357로 단독 선두에 나섰으며 홈런은 29개로 박경완(SK)과, 타점은 84개로 양준혁(삼성)과 공동 선두. 타자 트리플 크라운은 84년 이만수가 유일하다.
20년 묵은 기록을 깨뜨리겠다는 브룸바는 출루율(0.471)과 장타력(0.671), 최다 안타(116개)에서도 모두 1위를 질주하고 있어 3관왕을 뛰어넘어 사상 최다인 6관왕까지 넘볼 기세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