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아시안컵 축구 이란과의 8강전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왼쪽)과 허정무 수석코치. 지난=연합
‘절반의 성공.’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열린 2004아시안컵(제13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이란에 3-4로 석패하며 44년 만의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파악해 일단 처방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프레레호 한 달간의 성과와 과제를 알아본다.
▽성과
2002월드컵 4강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본프레레 감독은 ‘자만에 따른 정신력 부재’로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그는 훈련 첫날부터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무엇보다 거스 히딩크 감독과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마저 손을 든 이동국(광주)을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 자리에 복귀시킨 게 가장 큰 수확.
이동국을 조련해 설기현(안데를레흐트) 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삼각편대를 이뤄 골 결정력을 높였다. 한국은 요르단전에서 무득점이었지만 아랍에미리트전에서 2골을 뽑은 것을 시작으로 이동국 4골, 안정환 2골, 설기현 차두리 김남일 1골씩, 총 9골을 낚아내 그동안의 골 가뭄을 날려 보냈다.
▽과제
이란전에서 내 준 4골은 모두 어이없는 수비 실책의 결과. 올림픽대표팀에 유상철(요코하마 F 마리노스)을 와일드카드로 내줬고 수비의 핵 김태영(전남)이 부상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유기적인 플레이 부재는 아쉬웠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영표(PSV 아인트호벤)가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깊이 올라가는 바람에 수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 김남일(전남)이나 박지성(PSV 아인트호벤)이 협력 플레이로 그 공백을 메웠어야 했다. 볼을 뺏겼을 때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도 늦었다. 이렇다 보니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이란의 메흐디 마흐다비키아, 호세인 카비, 알리 카리미 등에게 좌우 날개 쪽을 번번이 허용했다.
전술의 완성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 본프레레 감독은 한 달 동안 4-4-2, 3-5-2, 3-4-3 포메이션을 모두 동원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색깔을 낼 수 있는 포메이션을 찾는 작업이 계속되어야 한다.
세대교체에도 관심을 둬야 할 때. 수비의 주축인 김태영(34)과 최진철(33·전북)이 모두 30세를 넘긴 노장. 올림픽팀에 간 유상철(33)도 마찬가지. 2006 독일 월드컵을 위해선 젊은 피 수혈이 절실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