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현재 한국 출신 해외입양인들은 2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국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매년 3000여명이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뿌리를 찾고 모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입양 50주년을 맞은 지금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나 연구는 극히 드문 실정이며 국내 아동의 대규모 해외입양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해외입양의 역사=본격적인 해외입양이 시작된 것은 1954년 이승만(李承晩) 정부가 보육원의 동의 없이도 해외입양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고아양자특별조치법’을 만들면서부터.
당시 10여만명에 달하는 전쟁고아, 혼혈아 문제를 해외입양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는 외국인 양부모의 요구조건에 맞는 고아를 직접 찾아다닐 정도의 적극성을 보였다.
이듬해 홀트아동복지회 창립자인 해리 홀트가 8명의 한국 어린이를 한꺼번에 입양한 것을 계기로 민간차원의 입양이 본격화됐으며 60, 7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1980년대에는 연간 7000∼8000명의 어린이가 입양됐으며 1985년에는 8837명에 달했다. 급속한 산업화로 미혼모, 이혼가정이 증가했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냉담했기 때문.
이 같은 증가 추세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고아수출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으면서 점차 감소해 90년대 연간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가 최근 경제불황과 함께 다시 2300∼2400명으로 늘어났다.
입양문제를 연구하는 엘레나 킴(미 뉴욕대 박사과정)은 “낮은 출산율, 노인인구의 증가 등 선진국형 인구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이 여전히 높은 해외입양자 숫자를 유지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입양인, 그들은 누구인가=한국 출신 입양인에 관련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은 거의 없다. 이들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데다 저마다 인생역정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 하지만 몇 가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특성을 추정해 볼 수는 있다.
1999년 제1차 세계한인입양인대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대졸, 25%가 석사학위자로 미국의 평균 대학진학률 45%를 웃도는 고학력자다. 또 경영이나 행정(30%), 인사(20%), 공연 예술(9%)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한국계로 인식하는 것은 거의 성인이 되고 난 후(64%)로, 주로 한국으로의 여행이나 한국인과의 만남, 입양관련 기관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대체로 긍정적(85%)으로 응답자의 67.2%가 입양에 대해 ‘이해한다’고 답했다. 입양으로 인해 ‘버려짐’을 느꼈다는 응답자는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를 모른다는 점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이나 다른 외모에서 받는 차별로 인한 어려움은 공통적인 경험이었다.
3세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박모씨(30)는 “입양이라는 경험은 특수하지만 입양인 대부분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며 “모국에서도 불쌍한 사연이나 성공 스토리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평범하게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다 효율적인 사후관리 필요=해외입양인연대 김대원 사무총장은 “한국에 몇 년 동안 머물고 싶어 하는 입양인이 많지만 모국방문 프로그램은 대개 3∼4주 동안 관광지를 다니거나 입양기관을 방문하는 차원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배우거나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도 기간이 짧고 공공기관의 협조가 부족해 많은 경우 모국방문의 원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것.
입양인 김모씨(26·여·미국)는 “친부모를 만날 때를 대비해 한국말을 배우고 싶은데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배울 곳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고국을 찾는 입양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입양인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며 “숙박, 언어, 취업알선 등 이들에게 도움을 줄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1960, 1970년대 외국으로 대거 입양됐던 아동들이 선진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유능한 인재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국익차원에서 이들을 관리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