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에 모인 위탁모들. 20여년간 입양아들을 맡아 길러 온 위탁모들은 한국 입양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왼쪽부터 이복순 김말례 김재석 장광자 홍경신씨.- 김미옥기자
“남이 버린 자식이나 키우는 아줌마라는 취급을 받을 때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어떤 때는 동네 사람들에게 내 손자라고 말할 때도 있다니까.”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에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5명의 위탁모들이 모였다.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30년에 걸쳐 아이들을 맡아 키우다 양부모에게 입양시키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 ‘어머니’들. 이들을 거쳐 간 입양아만 한 사람당 70∼140명에 달한다.
위탁모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 상당수가 양육이 생각보다 힘든 데다 수개월간 정들었던 아이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못 이겨 곧 그만둔다. 그런 점에서 이 자리에 모인 위탁모들은 ‘한국입양사(史)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이들에겐 입양아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비뚤어진 시선이야말로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다.
홍경신씨(53)는 “인구도 줄어드는데 돈 받고 애들 키워서 외국에 팔아넘긴다는 말을 들으면 그저 속만 상할 뿐이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을 떠나보낼 때가 되면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가서 실컷 울기도 한다. 이복순씨(65)는 “헤어지지 않으려는 애들을 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아. 애들 냄새가 그리우면 애들이 입던 옷을 뒤집어쓰고 자기도 하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그동안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국내입양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년간 위탁모 생활을 한 장광자씨(63)는 “우리도 이제 좀 여유 있는 가정에서 한 명씩 키워주면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소망을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국내 입양 여전히 ‘찬밥’▼
국내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와 각 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사례는 여전히 해외입양에 비해 훨씬 적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2003년의 국내입양은 6만4505명으로 같은 기간 해외입양 아동수인 15만278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나 입양기관에서 국내입양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내입양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개입양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입양가정에 대한 지원 부족 △높은 양육비로 인한 경제적 불안함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동방사회복지회 국내입양부 김혜경 부장은 “1998년 이후 조금씩 증가하던 국내입양이 2003년 이후 불황 탓에 다시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입양기관인 BAAF의 제레미 로드는 “영국의 총인구는 6017만명인데 국내입양이 매년 4000명 정도 된다”며 “입양가정에 대해서는 자녀의 양육비는 물론 주택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경우는 입양 수요가 높기 때문에 입양을 위해서는 평균 7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
국내의 경우 입양 자녀의 양육비를 보조해 주는 지자체는 인천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경남대 배태순(裵台順·사회복지학) 교수는 “입양 후에도 가정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정부나 입양기관에서 지원 및 관리를 해줘야 국내입양이 정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