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산증인인 이병웅(李柄雄·63·사진) 대한적십자사 총재 특별보좌역이 지난달 31일 33년간의 한적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1969년부터 중앙정보부에서 2년간 일하다가 71년 판문점에서 열렸던 남북 적십자간의 첫 파견원 접촉 때 전략수행원으로 참석하면서 한적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70여차례의 크고 작은 남북 적십자회담에 관여해 왔다.
이 전 특보는 72년 8월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적십자 제1차 본회담과 98년 3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대북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적십자 대표접촉을 가장 기억에 남는 회담으로 꼽았다. 그는 “베이징 회담은 햇볕정책의 초석을 다지는 회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박영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을 인상적인 북측 상대방으로 기억했다. 그는 “박 부국장은 오랫동안 회담을 진행했던 대화 상대였다”며 “지난해 간장이 나빠 작고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전 특보의 아쉬움은 남북한 이산가족의 상설면회소 완공을 보지 못하고 한적을 떠나게 된 것. 현재 금강산 부근에서 건설 중인 면회소는 2005년 상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 전 특보는 한서대 청소년복지학과의 전임교수로 올 가을학기부터 강의를 맡게 된다. 그는 “평생 몸으로 느껴 온 적십자의 봉사 이념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전 특보는 92∼98년 한적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퇴직한 뒤 범국민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창립멤버로 일했고, 2000년 1월 총재 특보로 한적에 복귀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그가 치른 이산가족상봉행사는 10차례에 이른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