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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엔…]동아일보로 본 8월 첫째주

입력 | 2004-08-01 18:56:00

1950년대 후반 서울 시내버스의 모습.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엉성한 모양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유아독존의 버스 업자, 당국 말쯤은 마이동풍▼

시내버스 업자들은 버스 내부의 높이를 一‘메-타’ 八십‘센치’로 개조하라는 교통부측 개조지시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개조 완료 기일인 十일 후의 당국의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교통부에서는 앞서 시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버스 내부의 높이를 一.八‘메-타’로 七월 말까지 개조하라고 지시하고 一일부터 十일까지를 검사기간으로 정하였던 것인데 二일 현재까지 전기 당국의 지시를 준수한 업자는 태무(殆無)할 뿐이며 이들은 오히려 一‘메-타’ 七십‘센치’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내 운행 버스 五백여대는 정차시간 정원제를 비롯하여 각종 교통지시를 무시하고 있고, 그 규칙에 있어서도 합격 차량은 二, 三십‘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형편인데도 이들은 차량개조 지시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내버스 커지고 좋아졌지만 서비스는…▼

6·25전쟁 때 미군이 쓰다 남은, 당시 말로 ‘지에무시(GMC)’로 불리던 군용트럭을 개조 재생해 버스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1954년 설립된 하동환공업사(쌍용자동차의 전신)와 신진공업사(대우자동차의 전신)가 개조차를 생산했다. 특히 하동환공업사는 1966년 일본에서 엔진 등 주요 부품을 들여다 만든 버스를 최초로 해외에 수출해 명성을 얻은 버스 전문 업체였다.

그때의 ‘재생버스’는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조악했다. 두드려 편 함석판을 이어붙인 차체의 당시 버스에 대해 “모양이 매우 누추해 수도 서울의 체면을 손상시킨다”고 지적하는 독자 투고가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외양보다 더 큰 문제는 버스 내부 높이였다. 당시 성인남자 평균 키가 166cm였으나 내부 높이가 160cm밖에 안 되는 버스도 있었다니, 그 안에 탄 승객들의 고통이 어떠했겠는가는 새삼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금 서울의 시내버스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8100여대의 시내버스 모두가 냉난방이 완비된 것들이다. 내부 높이도 사람들의 커진 키(2002년 기준 성인남자 평균 173cm)보다 훨씬 높은 230cm 정도로 설계한다.

외적으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버스의 난폭운전, 대중교통 체계에 대한 불만 등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의식의 변화가 물질의 발전을 못 따라 간다’는 문화지체는 버스에도 있는 것인지….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