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에 있는 홈플러스에 갔다가 이승한 사장과 식사를 했습니다. 이 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95년 홈플러스의 태동부터 99년 영국 테스코 그룹에서 투자를 이끌어내기까지 과정을 주도했습니다.
지하도를 건너다가 이 사장은 느닷없이 “바로 이런 ‘모바일 가게’로부터 우리는 배울 게 많습니다”라고 입을 열더군요.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강남 일대의 지하도에는 아이들 장난감부터 휴대전화까지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자 상인들은 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더라는 군요.
좌판을 서너 개 이어 놓고 두 명이 상주하면서 팔던 상인들이 인력 조정에 들어가서 한 사람만 나오더랍니다.
그리고 좌판 수를 2개 이하로 줄이고 상품도 잘 팔리는 품목 몇 개만 집중적으로 팔더랍니다.
또 있습니다. 바로 이동식 가게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는 것입니다. 점심시간, 퇴근시간 등 손님이 몰릴 시간에는 좌판을 펼쳐놓고 있다가 그 사이 사이에는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는군요. 아마 목 좋은 다른 장소를 찾아 이동한 것이겠지요.
‘가장 잘 팔릴 시간에 가장 잘 팔릴 장소에서 가장 잘 팔릴 물건을 가장 적절한 숫자의 인력이 판다.’ 유통업계 최적의 상황 아닐까요.
이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기업들은 물론 이처럼 빠른 결정을 내리기 힘들죠. 일단 상품 품목을 조정하는 데 보고단계가 길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인력 조정은 노조와의 관계 등 때문에 최적의 타이밍에 하기 힘들죠.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늘 이야기합니다. 모바일 가게로부터 배우라고.”
이 사장은 유통업계 사장으로서는 드물게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얼마 전 받았습니다. 또 미국 하버드대의 이사회 멤버로 참가해 대학 경영에 대한 조언도 할 참이지요.
그는 “앞으로 기회만 닿으면 어떤 공부든 할 예정”이라면서 “경영은 감각에 과학을 접목한 ‘필리언스(feeling+science)’”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임숙 경제부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