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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이 쏟아지는 대관령의 여름밤

입력 | 2004-08-02 18:38:00

1일 용평리조트 눈나무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콘서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이 세종솔로이스츠와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d단조를 협연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관령국제음악제


국토를 남북으로 횡단하는 태백산맥 줄기가 그 절정에 달하는 곳, 강원도 평창. 1일 밤 용평리조트 눈마을홀에서 흘러나온 바흐의 숨결은 태백준령 첩첩산중을 돌고 돌아 기나긴 메아리로 휘감았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은 전날 독주회에서 보여주었던 바흐의 건반음악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올곧게 쏟아내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에 숨겨진 단아함과 격조를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하며 훌륭한 조역을 담당했다.

“18년 전 조국을 떠나기 전에 모스크바에서 타티아나 니콜라예바의 바흐 연주는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바흐는 제 음악의 목표입니다.”

러시아 피아노 학파의 거목이었던 야콥 플리에르 밑에서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한솥밥을 먹었던 펠츠만은 힘주어 말했다. 최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였던 니콜라예바의 재래(再來)를 보는 듯, 페달 사용을 극히 절제하면서도 레가토(음 연결)의 극치를 보여주는 펠츠만의 바흐는 ‘파르티타’에서 청중의 숨소리마저 잠재웠다. 팔을 다쳐 그동안 연주를 하지 못했던 첼리스트 지안왕은 이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으로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며 펠츠만의 ‘바흐 만들기’에 합세했다.

지난달 24일 막이 올라 16일 동안 펼쳐지는 제1회 대관령국제음악제(www.gmmfs.com). 그 현장인 강원도 산골은 세계 정상급 명교수, 연주자와 학생들이 엮어내는 음악의 잔치가 연일 계속되면서 삼복더위보다 뜨거운 음악열기로 달아올랐다. 축제의 산파역할을 기꺼이 감당한 예술감독 강효(줄리어드음대 교수)를 비롯해, 조엘 스미어노프, 김지연, 이성주(이상 바이올린). 토비 애플(비올라), 알도 파리소, 지안왕, 정명화(이상 첼로) 등 세계적 수준의 음악가들이 연주와 가르침을 병행하고 있다. 15개국 180명의 음악도들은 대관령의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며 음악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달 31일 오후, 에메랄드홀에서는 ‘김지연 & 지안왕과의 대화’ 세미나가 있었다. “음악을 사랑해야 합니다.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것이야말로 음악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지안왕의 한마디 한마디에 참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1일 오전, 첼로거장 알도 파리소의 마스터클래스. 92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정력적인 그는 “Sing!”을 외치며 학생들에게 악보를 입으로 노래해보게 하면서 ‘노래 같은’ 자연스러운 연주를 주문했다.

미국 아스펜음악제를 모범으로 삼은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축제와 교육이 같이 어우러지고 있다. 그동안 보아왔던 국내 여름음악축제나 캠프와는 차원을 달리하며 순항 중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메인 콘서트홀인 눈마을홀의 음향은 세계 수준의 연주를 뒷받침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저기 분산된 학생들의 숙소와 연습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원도와 세종솔로이스츠, 그리고 현지 운영팀으로 각각 분리된 행사진행도 다소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에 걸맞는 하드웨어의 확충이 시급하다.

대관령 국제음악제 주요 공연일정 (8월3일 이후)제목일시 장소 관람료주요 내용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6일 오후 6시 눈마을홀바이올리니스트 김경준 양지인, 추안연 리 등 출연저명 연주가 시리즈6일 오후 7시 눈마을홀튜리나 ‘앙달루즈 풍경’,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3중주 a단조 등.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김영호 등 출연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7일 오후 6시 눈마을홀첼리스트 알도 파리소가 이끄는 대관령 첼로앙상블 발표무대피날레 콘서트7일 오후 7시 눈마을홀조엘 스미어노프 지휘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출연

용평=유혁준 경인방송FM PD·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