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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시 현 정권의 정체성을 묻는다

입력 | 2004-08-02 18:38:00


국정홍보처의 인터넷 뉴스사이트 국정브리핑에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꾸려서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는 글이 실렸다. 국정홍보처는 국정넷포터(네티즌과 리포터의 합성어)가 올린 글이어서 정부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납득하기 어렵다. 이 글은 당일 기사 중 국정홍보처가 가장 좋다고 판단해 ‘오늘의 넷포터’로 선정한 것이다. 정부의 ‘가치 판단’이 개입됐다는 의미다. 이 글은 또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안과 탈북자 대거 입국에 대해 북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뉴스’가 국내외 국정홍보를 책임지는 정부기관에 의해 퍼진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러니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 묻게 되는 게 아닌가.

우리는 본란을 통해 ‘현 정권 정체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미전향 장기수가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등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판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왜곡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국민이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한국이 사회주의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국내외의 불안감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선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냉전시대의 사고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남북한의 평화공존과 김일성 찬양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북한 인권문제는 외면하면서 김정일 세습독재정권의 심기를 거스를까 전전긍긍하니 이 정권이 ‘친북 좌경’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듣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북한 당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란 말인가.

이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가, 아니면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가. 현 정권은 분명히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