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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최영해/책임회피 급급한 국정홍보처

입력 | 2004-08-02 18:59:00


국정홍보처의 인터넷뉴스 사이트인 ‘국정브리핑’(www.news.go.kr) 팀장인 인병택(印炳澤) 국장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으로 급히 달려왔다.

인 국장은 기자들에게 북한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을 촉구한 글이 이 사이트에 이날 오전까지 3일간이나 게재된 데 대해 “정부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는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처럼 정부정책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이 하루에 수십 건씩 올라온다는 말도 곁들였다.

“김 주석 10주기 조문단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하루라도 빨리 꾸려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글은 국정브리핑 실무자(7급 상당)가 ‘좋은 글’이라고 판단해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글 내용 중 “탈북자를 입국시킨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 위반이다”고 주장한 대목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과 유사하다.

그런데도 인 국장은 “실무자들이 판단해서 올린 것인데 팀장인 나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앞으로 사전 점검을 잘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비켜 간 뒤 시종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정브리핑 자유게시판에 글이 게재되려면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와 달리 1차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다 이 글은 네티즌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인터넷 초기화면에도 올려졌다. 과연 국정홍보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더욱이 국정브리핑 편집 책임자인 한 전문위원은 이 글을 그날의 ‘가장 좋은 글’에 해당하는 ‘오늘의 넷포터(네티즌과 리포터의 합성어)’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국정브리핑은 지난해 9월 ‘정확하고 충실한 정책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그런데도 국정홍보처는 정부 정책 홍보의 ‘얼굴’과 다름없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벌어진 사건을 마치 남의 일 얘기하듯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태도에서 ‘유리하면 밀어붙이고 불리하면 발뺌하는’ 전형적 관료주의라는 인상을 받았다면 지나친 견강부회일까.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