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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세이]이상규/스포츠마케팅 올림픽大戰

입력 | 2004-08-02 19:15:00


아테네 올림픽 개막이 어느새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승리의 상징인 금메달이 얼마나 쏟아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4년 전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태권도 등의 종목에서 8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외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선수’가 또 있었는데 바로 스포츠 마케팅 종목의 삼성전자다. 1998년부터 올림픽 스폰서로 참여한 삼성전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무선기기 분야의 세계 정상급 주자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1998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당시 32억달러였던 브랜드 가치가 지난해에는 103억달러로 껑충 뛰었으니 또 하나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올림픽은 스포츠 마케팅의 최대 황금시장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금메달’을 획득한 기업에는 그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기업들이 올림픽에 적극 참여한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본격적인 올림픽 스포츠 마케팅의 첫 무대다. 그 이전의 올림픽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됐고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스폰서들의 아낌없는 도움으로 흑자를 이룩했다.

기업들은 왜 올림픽에 주목하는 것일까. 전 세계 미디어가 몰려드는 올림픽 기간에는 자사의 이미지를 다양한 지역과 계층의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올림픽이 갖는 역동성과 현장성을 활용하면 매출 증대와 기업 이미지 고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일거양득이 가능하다. 지구촌 축제 분위기 속에서 거부감 없이 소비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올림픽의 장점이다.

올림픽 스폰서가 세계적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배타적인 권리가 있기 때문.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마크 사용권과 경기장 광고 우선권을 비롯해 4년 뒤 차기 올림픽에서의 스폰서 우선 협상권 등이 주어진다. 한번 주전선수가 되면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영원히 주전선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가 올림픽 스폰서 자리를 내놓지 않는 한 라이벌인 펩시콜라는 영원히 올림픽 스폰서를 할 수 없을지 모른다.

다가오는 아테네 올림픽을 겨냥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LG전자는 올림픽 스폰서는 아니지만 올림픽 특수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 현지 패스트푸드 업체와 적극적인 제휴 마케팅을 준비 중이며 삼성전자는 2만대의 무선통신기기를 대회본부측에 제공하고 전용 전시관을 마련했다고 한다. 사실 스폰서 자격만 따내면 그냥 올림픽에 맞춰 참가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최소한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야 올림픽 스폰서로서의 이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능력이 뛰어나고 운동 여건이 좋다고 해서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노력 없이는 세계 최고의 ‘장외 선수’가 될 수 없는 이치다.

외국 유명 기업들끼리 경쟁하던 올림픽 스포츠 마케팅 경기에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강호로 대접받으며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전해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한국 선수단의 금빛 릴레이가 펼쳐진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이상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