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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런 것도 미술이 되네?” 일상소재로 다양한 실험

입력 | 2004-08-03 18:31:00

송종림 작 ‘구슬-눈’. 캔버스에 드로잉을 하거나 색을 칠한 다음 구슬들을 촘촘히 올려 붙였다.-사진제공 도아트 갤러리


○'사물로 그린 그림'전

쌀알, 포스트잇, 나뭇잎, 자개, 구슬 등 다양한 재료로 화면을 만든 작품들이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들에 주목한 작가들의 발랄한 작품에선 ‘이런 것도 미술이야?’하는 신선한 반전(反轉)을 통해 일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노동집약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면에는 수작업만이 주는 깊이와 따뜻함도 담겨있다.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조선(02-723-7133)에서 열리는 ‘오브제 회화-사물로 그린 그림’ 전은 다양한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들 작품만을 묶은 전시다.

쌀알을 한 톨 한 톨 붙여 사진처럼 정교한 초상화를 그리는 이동재씨는 아인슈타인 초상화를 내놓았다. 본래 조각을 전공한 이씨는 몇 년 전 농업 벤처업체가 주최한 농산물 기획전에서 ‘쌀알’을 새로운 미술 소재로 활용해 보자는 제안에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흑미, 백미로 다양한 쌀 그림을 시도하던 그는 이후 녹두 콩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의 초상화를, 콩과 팥으로 인체의 콩팥을 그려내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이정승원씨는 색색의 포스트잇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일회성, 편리함을 상징하는 재료인 포스트잇의 현란한 색상, 펄럭거림은 현대사회의 가벼움, 화려함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에는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포스트잇으로 그린 ‘원더 먼로’를 선보인다.

이밖에 김유선씨는 자개를 소재로 한 작품, 신현경씨는 한지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자수를 하듯 만든 산수화, 유진영씨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얇은 나뭇잎 표면에 구멍을 뚫어 이미지를 새긴 작품을 각각 선보인다.

홍익대와 뉴욕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12년 간 프랑스, 미국 등에서 활동한 후 귀국한 송종림씨는 국내 첫 개인전인 ‘구슬-눈의 유희’ 전에서 구슬로 작업한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는 6~7년 전 작업실에서 우연히 한 구석에 놓인 작은 아크릴 구슬이 빛을 받아 다양한 색채를 발산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캔버스에 드로잉을 하거나 색채를 넣은 다음 구슬들을 촘촘히 올려놓는다. 지그재그로 화면에 붙은 구슬들은 다양한 형태와 색채가 한데 섞이는 느낌을 주고, 가지런히 정돈된 구슬들은 자체로 깔끔한 색채덩이가 된다. 전시는 15일까지 서울 관훈동 도아트 갤러리(02-737-250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