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성갑 코치(42). 그의 체격은 키 1m68에 몸무게 61kg. 하지만 올드 팬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건국대 시절 국가대표 부동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던 그의 ‘땅콩 파워’를.
LG에서 뛰었던 조현(28)은 더욱 무시무시했다. 그는 신일고 시절 3년간 친 단타보다 홈런 수가 많았다. 지역 예선에선 밀어내기 고의볼넷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프로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나마 야구 센스가 뛰어났던 김 코치는 11년간 14홈런에 그친 소총수로 변신. 반면 끝까지 어퍼 스윙을 고수했던 조현은 대타로나 전전하다 입단 4년만인 20대 초반에 짧은 프로인생을 마감했다.
프로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기에 이렇게 된 것일까. 바로 알루미늄과 나무 방망이의 차이. 3일 개막된 봉황기 대회부터는 고교야구에도 나무 방망이 시대가 열려 ‘알루미늄 공갈포’의 양산은 없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고교야구는 일대 변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의 완화. 알루미늄에 비해 비거리가 30% 정도 감소한다는 나무를 쓰면 평범한 외야 뜬공이 홈런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양후승 인천고 감독은 “투수 보호와 타격, 수비, 주루 기술의 향상이란 네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이용철 KBS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도 “한방 승부가 아닌 아기자기한 작전 야구가 펼쳐지고 경기시간은 단축되는 등 다양한 부수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인 면에선 방망이 하나로 전 선수가 돌려쓰는 알루미늄이 나무보다 효과적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현장의 소리. 국산 방망이 판매 점유율 선두인 맥스 스포츠의 도상훈 이사는 “요즘엔 나무도 워낙 재질이 좋은데다 타자들이 적응하면 부러지는 경우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야구연맹(IBAF)이 합성수지로 만든 ‘바움(baum) 방망이’를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다행. 미국 루키리그에서 쓰는 바움은 알루미늄에 버금가는 단단함을 자랑한다.
90년대 이후 핸드볼 스코어로 얼룩졌던 고교야구. 나무 방망이 도입과 함께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괴물투수의 탄생이 다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