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추곡 수매제’가 내년부터 사실상 없어질 전망이다.
추곡 수매제가 폐지되면 그동안 인위적으로 높게 책정된 수매가를 기준으로 형성되던 시중 쌀값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커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농림부는 3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앞두고 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7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올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농림부가 산정한 추곡수매 물량과 가격 등에 대해 매년 국회에서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회 동의 절차 때문에 의무적으로 추곡 수매를 해야 했던 정부가 추곡 수매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추곡 수매에 대한 국회 동의제는 1948년 처음 도입돼 20여년 운영되다가 1972년 폐지됐다. 그 후 1988년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서 다시 생겨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수매가 동의안을 통과시킬 때마다 농민 반발과 정치권의 ‘눈치 보기’가 겹치면서 큰 마찰을 빚어왔다.
개정안은 또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쌀과 보리 등 양곡을 500만∼600만섬 정도 비축하는 ‘공공 비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정부가 시중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사들이는 추곡수매제와 달리 시중 가격을 기준으로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해상(朴海相) 농림부 차관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농촌 지역 의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되지만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농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시행 시기는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추곡 수매안에 대한 국회 동의 절차 폐지가 쌀 산업 붕괴를 초래한다”며 “지역별 규탄대회를 갖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