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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해보니]민노당 이영순의원

입력 | 2004-08-03 19:06:00

이영순 의원 - 전영한기자


민주노동당 이영순(李永順) 의원은 국회 개원직후 국회 곳곳의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의원용’ 팻말들이 상당수 찌그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아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국회를 찾은 시민들이 ‘일반용’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지루하게 기다리다 몰래 ‘의원용’ 팻말을 찌그러뜨린 것이었다.

이 의원은 “의원들이 별 것도 아닌 걸 갖고 권위를 내세우고 티를 내려하니까 반감을 자초해 국민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특권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회가 완벽한 자급자족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못마땅하다.

“처음 국회에 들어와 보니 국회 울타리 안에 식당과 사우나에서부터 이·미용실, 헬스장, 의무실, 매점 등 없는 것이 없더군요. 국회 안에서 며칠 농성하면서 ‘이 안에서만 살아도 전혀 불편한 게 없겠다’고 느꼈어요. 편리한 점도 있지만 의원들이 생생한 바깥세상을 접할 기회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습니다.”

민생 관련 법안을 직접 만들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원이 되면 현장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고 부대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그는 우려한다.

“의원들 스스로 몸을 낮추고 ‘생활인 의원’이 되려는 노력 못지않게 주변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의원은 ‘특권과 권위주의를 버린’ 결과 겪었던 언짢은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7월 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 정부 행사에 의원이 되기 전부터 몰던 1500cc 흰색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 갔다가 경비원으로부터 “주차 공간이 없으니 차를 얼른 다른 쪽으로 빼라”는 종용을 받았다.

‘시키는 대로’ 주차를 하고 땀을 흘리며 행사장으로 걸어 들어가던 이 의원은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고는 발길을 멈춰야만 했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의원 소유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는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던 것.

그는 집 근처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 보면 “의원님도 이런 데 오세요?”라며 놀란 표정을 짓는 사람들을 가끔씩 만난다. 이럴 때 오히려 “요즘 의원님 얼굴 보기 힘들어요”라고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 의원은 “서민 위에 군림하는 의원보다 서민과 함께하는 의원을 더 높이 평가해준다면 의원들이 변하지 않고 견디겠느냐”며 “의원들에게 서민 눈높이에 맞출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영순 의원은…▼

울산 동구청장 출신(42). 남편은 민주노동당 김창현 사무총장으로 고려대 재학시절 캠퍼스 커플이다. 경기 광명시에서 등불야학 강사를 하는 등 노동운동을 해 오다 남편과 함께 울산에서 지역활동을 계속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