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왼쪽)은 3일 국회에서 열린 ‘김선일 피살사건’ 국정조사에서 NSC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때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날 김씨 피랍 당시 무장단체와 접촉에 나섰던 이라크 변호사 E씨(여)가 증인으로 나와 신변 보호를 위해 마련한 흰색의 ‘차단막’ 뒤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경제기자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마지막 날인 3일 여야 의원들은 김선일씨 피랍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판단 및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야당인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NSC의 안일한 대응을 매섭게 질타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NSC의 당당함이 보기가 좋다”며 ‘할 일은 다 했다’는 식의 이종석(李鍾奭) NSC 사무차장의 답변 태도를 꼬집은 뒤 “해외 교민 대상 테러에 대해선 개인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NSC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어제(2일) 김도현 외무관은 ‘NSC가 탁상지시만 하고 있어 현지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정부 일각에서도 NSC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의원은 “NSC의 대(對)테러 매뉴얼은 이번 사건에서 무용지물임이 드러났다”면서 “NSC기구를 대폭 축소해 ‘대북 문제 조언 기구’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진(朴振) 의원은 “김씨가 어디에서 납치됐는지도 파악이 안 되고,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NSC는 희망적인 낙관론만을 이야기했다”며 “외교안보시스템의 기능 통합을 책임지고 있는 NSC는 냉정하게 판단했어야 했다”고 NSC의 당시 상황 판단을 문제 삼았다.
한편 김선일씨 석방을 위한 협상을 벌였던 이라크인 E 변호사는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6월 21일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서 김선일씨 피랍 관련 첫 대책회의가 열렸을 때 그동안 기울였던 협상 노력을 설명하고, 중재자의 존재와 그가 했던 일에 대해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과 김도현 외무관이 그동안 청문회에서 “6월 21일 대책회의에서 E 변호사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던 것과는 배치된다. 김 사장은 이날 청문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E 변호사가 말을 하긴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해 애초에 위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한국대사관은 6월 22일 오후 1시가 돼서야 김씨 피랍일을 안 시점을 6월 17일에서 5월 31일로 수정했다”면서 “E 변호사가 6월 21일 자신의 협상 노력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면 대사관측은 피랍일이 6월 17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이를 숨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청문회는 △외교통상부에 김선일씨 피랍에 관해 문의를 한 AP기자가 3명이라는 점 △AP측이 입수한 김선일씨 피랍 비디오 원본이 13분짜리였으나 이를 4분30초로 줄여 편집한 점 등을 새로 밝혀 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감사원이 발표한 김씨 피랍 관련 감사 결과를 크게 뛰어넘지는 못했다.
청문회는 AP의 비디오테이프 편집 의혹 등에 대한 감사원의 추가 조사 요구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고 3일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