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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풀꽃세상’ 이재용 사무국장

입력 | 2004-08-03 19:27:00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이재용 사무국장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사람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생활방식에서 희망을 본다고 한다.-강병기기자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이하 풀꽃세상·www.fulssi.or.kr)’은 사람이 아니라, 새나 돌에게 상을 주는 ‘일’을 6년째 해오고 있다. 1999년 봄 ‘동강의 비오리’를 시작으로 그동안 보길도의 갯돌, 가을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 갯벌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지렁이, 자전거, 논 등이 풀꽃세상이 주는 풀꽃상을 받았다. 왜 자연물에 상을 주느냐고 하자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기 위해서이며 그 실천이 풀꽃상”이라고 답한다.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이재용(李載鎔·35) 사무국장은 풀꽃세상의 힘은 3400여명의 ‘풀씨(회원)’들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풀꽃세상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풀꽃상 선정은 풀씨들의 몫. 풀꽃상 선정은 그해 풀꽃세상의 활동목표와 직결되는데, 관련 활동을 일년 동안 전개하려면 풀씨들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올해의 풀꽃상 수상자는 간이역. 일년 동안 풀씨들로부터 수많은 풀꽃상 후보를 추천받아 난상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간이역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무조건 빨리 달리려고 하는 고속철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한편 우리가 회복해야 할 느림과 반(反) 개발의 가치를 절박하게 웅변하는 존재가 간이역입니다. 한가롭고 평온한 간이역의 정경이 그립습니다.”(이 사무국장)

그렇다고 산골짜기 오지에 버티고 선 간이역에 직접 상을 줄 수는 없는 일. 풀꽃세상은 정선선에서 30년간 근무한 간이역 역무원을 비롯해 속도에 대한 성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곡선’을 제작한 부산문학예술청년공동체 영상패 ‘숨’,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지율스님 등에게 대신 상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 사무국장은 “요란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 참여를 외치기보다는 조용한 마음으로 실천하는 운동방식이 풀꽃세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