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상균·金庠均)는 4일 “북한을 미화했다는 허위보도로 피해를 보았다”며 KBS 오락프로그램 연출자 김모씨 등 3명이 동아일보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낸 5000만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기사는 김일성(金日成) 앞에서 마술 공연한 것을 ‘화려한 경력’이라고 하고, 김일성에게서 받은 손목시계를 훈장과 같은 특별한 것이라고 강조한 방송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이를 허위사실의 적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이나 논평, 언론 상호간의 비판 견제는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며 “비판 내용이 악의적이지 않고 공영방송 내용 비판이라는 공공의 영역에 대한 것인 만큼 명예훼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KBS 2TV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연출자인 김씨 등은 지난해 10월 재일동포 마술사의 경력을 소개하면서 김 주석 앞에서 공연한 것을 강조한 것에 대해 본보가 ‘김일성 시계 미화 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자 소송을 냈다.
같은 재판부는 또 “정부의 주택종합계획 및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 발표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면서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건설교통부가 본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보도 내용은 사실에 기반한 의견표명이거나 추론이 가능한 사실을 쓴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은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비판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 2월 앞으로 10년간 전국적으로 50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주택종합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해 본보가 ‘총선을 앞둔 선심용 정책이란 비판이 있으며 해당 시·도와 협의 없이 일방 추진됐다’고 보도하자 소송을 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