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광개토대왕릉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태왕릉(광개토대왕릉) . 중국은 최근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역사왜곡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구려사 문제는 이제 ‘조용한 외교’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커졌다.”
정부 당국자는 4일 중국 정부가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으로 격하시킨 뒤 자국 고대사에 편입하려는 시도가 날로 노골화하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고구려사 문제를 ‘소리 나지 않게’ 해결하려 했다. 중국 학술기관과 언론 매체가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했을 때 공식 대응을 자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중국 사료에도 고구려가 한반도의 역사라는 점이 기록된 만큼 민간연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2월 양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 원칙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제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의 역사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올 4월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반도의 삼국시대를 거론하면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것이 7월 초 알려진 이후의 변화다.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도 중국 역사교과서가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기술할 때의 정치적 폭발력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고구려사 문제를 20∼30년에 걸쳐 해결할 장기 과제로 판단한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나돈다. 외교부가 고구려사 문제의 소관 부서를 학술 분야를 담당하는 문화외교국에서 정치문제를 다루는 아태국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내부 지적에 따른 것.
그러나 중국이라는 강대국을 상대로 맞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어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무역과 북한핵 문제의 해결 등 경제 외교안보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 내에 정부의 일방주의적 결정을 견제할 자유 언론과 야당이 없는 것도 한국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한국측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성의 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4일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할 시점이 왔다”며 “구체적 행동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조치가 부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준우(朴晙雨) 아태국장은 5일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에게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엄중 항의하고, 중국 당국의 의중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