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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조성인/국내 이공계 대학원에도 관심을

입력 | 2004-08-04 19:00:00

조성인


얼마 전 만난 미국 명문대학의 한 이공계 교수는 “많은 한국 학생들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덕담을 건넸다. 자발적으로 나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데 정부와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이공계 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독려’하니 외국 대학에는 한국학생이 넘칠 정도다.

정부는 올해 해외 이공계 석박사 학위 취득 지원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90% 늘린 206억원을 배정했다. S그룹은 산하재단을 통해 해마다 100명의 이공계 학생들에게 1인당 최대 연간 5만달러의 해외 유학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나 민간의 장학금을 받고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학생은 연간 3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지만 졸업하면 취업 전선에서 해외 박사들에게 밀리기 일쑤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국내에서도 우수한 박사급 고급 인력을 많이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들의 교육능력과 연구수준, 관련 산업체의 기술수준 등은 점차 선진국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과학기술논문색인(SCI) 학술지에 3062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 35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31위)와 200편가량 차이가 날 뿐이다.

SCI 발표논문의 국가별 순위에서는 우리나라가 1만7785편으로 세계 13위다. 해마다 3000여명에 이르는 이공계 해외유학생에게 지원되는 기금의 절반만 국내 대학원에 지원된다면 3, 4년 이내에 우리나라가 국가별 SCI 논문 발표 순위에서 10위권 내로 진입할 것이다. 이공계 지원책이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내 대학원들을 더욱 어렵게 해서는 곤란하다. 힘들여 벌어들인 외화를 해외유학 지원에 경쟁적으로 사용하기보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 지원 쪽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조성인 서울대 교수·농업기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