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가스가 서해가 아닌 동해를 통해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에너지업계 소식통은 4일 "극동 나홋카를 거쳐 동해 쪽으로 가스관을 건설해 한국에 가스를 공급하는 새로운 방안을 한국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와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모스크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한국과 러시아, 중국이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서명까지 한 기존 사업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고 밝혔다.
가스관이 동해로 오면 중국을 거치지 않아 사업 주체에서 중국이 빠지고 한국과 러시아만 남게 된다.
당초 3국은 이르쿠츠크 근처 코빅타 가스전에서 개발한 가스를 중국~서해~평택을 잇는 가스관을 통해 중국과 한국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정부가 동시베리아의 모든 송유관과 가스관 노선을 극동 나홋카 방면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중국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러시아 정부 내에서 '중국 배제' 의견이 높아진 것도 계획 변경의 원인이 됐다.
가스관 노선 변경은 한국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러시아측 주장이다. 우선 중국을 거치지 않아 한국이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이 늘어났다.
선택 폭도 넓어졌다. 동해에 가스관을 건설하는 대신 해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거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건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노선 변경으로 사업 지연은 피할 수 없지만 러시아는 이르면 2010년부터 한국에 가스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