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5일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www.fmprc.gov.cn)의 한국 역사 항목에서 고구려사를 포함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부분을 전면 삭제했다.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북한 역사 개황에서도 같은 내용을 지웠다. 또 일본 역사 개황에선 당초 ‘일본이 5세기초 한반도 남부에 진출했다’고 기술해 일본의 임나일본부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을 담았던 일본 고대사 부분 등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부분을 완전히 삭제했다.
외교통상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한국 정부의 거듭된 수정 요청에 따라) 중국 당국이 48년 정부 수립 이전의 역사기술 항목을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지우겠다는 뜻을 2일 통보해 왔고 오늘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는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 및 대학 역사 교재의 고구려사 왜곡을 바로잡을 것을 요청해 왔다”며 “4일 (고구려사에 관한 삭제 부분을 복원하지 않고 한국의 과거역사를 통째로 들어낸 것에 대해) 중국측에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고구려사 왜곡을 시정하고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고구려사 부분을 원상대로 복원하라는 한국의 요구를 외면한 채 한중간 외교적 마찰의 표면적 요인을 없애는 선에서 외교 갈등을 마무리 짓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역사 왜곡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교부 박준우(朴晙雨)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중국 정부에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항의하기 위해 5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했다. 박 국장은 6일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를 만나 중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고구려사 왜곡의 재발 방지를 촉구한 뒤 7일 귀국할 예정이다.
중국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고대사에 관해 ‘서기 1세기 이후 한반도 일대에선 신라 고구려 백제 등 정권 형태와 소속 관계가 다른 3개의 국가가 형성돼 있었다’고 기술했다가 4월 20일 이 중 고구려 부분을 삭제했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