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5kg급의 임대원은 10년간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던 간판스타 심권호를 꺾고 올림픽에 첫 출전한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해 프랑스 크레테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쿠바의 라자로 리바스를 공격하는 임대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레슬링 선수로는 결코 적지 않은 28세의 나이. 그럼에도 임대원(삼성생명)은 아테네 올림픽이 첫 출전인 중고 신인이다.
앞에 ‘태산’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4년 선배인 ‘작은 거인’ 심권호(주택공사 코치). 한국체대 1학년 때인 1995년 처음 만나 강산도 변한다는 10년간 심권호의 그림자만 밟고 다닌 ‘만년 2인자’가 바로 그였다.
심권호는 한국 스포츠 사상 유례가 없는 2체급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룬 영웅. 이러니 이길 방법이 있나. 심권호가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온 지난해 중반까지 통산 전적은 20전 전패.
하지만 임대원은 기어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11월 아테네 올림픽 1차 선발전 준결승에서 심권호를 처음으로 매트에 눕히며 우승컵까지 안는 감격을 누린 것. 올해 4월 2차 선발전에선 부상으로 불참했지만 레슬링협회의 결정에 따라 자동으로 출전권을 획득하는 행운도 찾아왔다.
이에 앞서 임대원은 처음으로 국가대표 1진이 된 지난해 첫 출전 국제대회인 10월 프랑스 크레테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 그레코로만형 55kg급 티켓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일까. 임대원은 “10년 만에 온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며 이를 악물고 있다. 최경량급인 55kg급은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갖춘 체급인 만큼 심권호에 이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겠다는 각오.
레슬링의 목표는 금메달 2개. 임대원 외에 4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나란히 은메달에 그쳤던 김인섭(31·그레코로만형 66kg)과 문의제(29·자유형 84kg·이상 삼성생명)가 1순위 후보. 김인섭은 단일 체급은 아니지만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레슬링에선 유도 선수 출신인 이나래(25·자유형 55kg·평창군청)가 첫 출전한다.
▽심권호(본보 해설위원·1996 애틀랜타, 2000 시드니 올림픽 2연패)=마음 같아선 최종 결승까지 가서 자웅을 겨루고 싶었지만 부상 중이었던 임대원에게 그레코로만형 55kg급 출전권을 양보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은퇴가 앞당겨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회한과 미련이 있겠나. 트레이너 겸 임대원의 훈련 파트너를 자청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가 꼭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3연패의 꿈을 접은 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란다.
▽하태연(국가대표 출신 역술인)=이제 한 고비는 넘겼다. 올림픽 전에 우리 대표 선수의 부상 위험을 경고했었다. (김)인섭이 형과 (임)대원이가 아팠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대회를 앞두고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올림픽에선 외국의 유명 선수보다 복병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괘가 나왔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