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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역사왜곡]남북학술회의서 공동대응 가능성 타진

입력 | 2004-08-06 18:43:00


정부가 6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를 남북이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당장 구체적인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선언적인 카드로 풀이된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남북의 공동 대응에 관해 “탁상 대책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부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남북한의 외교적 공동 대응이라는 무거운 주제보다는 문화재 보존 및 보호, 공동 학술연구라는 ‘가능한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봉조(李鳳朝) 차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고분 및 벽화 보존에 비용이 들어가고 남측의 기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우선 북한 내에 산재한 고구려 시대의 고분 벽화 미술품의 과학적 발굴 및 보존을 지원하는 일부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북한은 올 6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고구려 고분에 대해 6년 후 재실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북한 정부의 예산 부족 및 문화재 보존 경험 부족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은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범정부 차원 대응책 논의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이수혁 외교부 차관보(가운데) 주재로 관계 부처 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중국의 심각한 역사왜곡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원대연기자

정부는 고구려 고분군 외에도 평양성 등 기타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등재하기 위해 남북이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구려문제의 남북 공동대응 카드에 대해 고구려의 터전인 한반도 북부를 차지하고 있는 북한도 상당한 관심을 표명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북한이 체제 상징, 국가 자존심, 역사적 기록 등 정권의 정체성에 관한 부분을 중시해온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춘 이번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북한이 최근 탈북자의 대거 한국행에 반발해 남북장관급회담을 무산시킨 것에 비춰보면 남북이 당국간 대화를 재개, 공동대응책을 논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이런 사안은 남북장관급회담이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지만 토라진 북한이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남북 당국간의 대화 중단에도 불구하고 양측 민간단체 사이에는 공동학술행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달 말로 예정된 제5차 남북공동학술토론회를 앞두고 최근 열린 실무접촉에서 “남북 역사학자협의회의 토론회 주제를 고구려사로 하자”고 먼저 제의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 같은 민간 차원의 논의에 먼저 응한 뒤 상황을 봐가며 남북 당국간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