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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라이프]한국인과 결혼 日 사업가 구보야마씨

입력 | 2004-08-08 17:59:00

일본인 구보야마 고이치가 7일 오후 이웃을 초대하기 위해 부인 민영숙씨와 신혼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장어구이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이동영기자


“두 달에 한 번 일본에 출장 가 있으면, 매일 순댓국과 김치 생각이 간절해요.”

경기 파주시 파평면 눌노리에서 한국인 아내와 전원생활을 하는 일본인 사업가 구보야마 고이치(38)는 한국 생활이 낯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창한 우리말로 이렇게 대답했다.

1992년 일본 오사카에서 아내 민영숙씨(43)를 만나 결혼한 뒤 7년간 고향인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오시마섬에서 산 그는 1999년 부모가 사망하자 아예 짐을 꾸려 한국으로 건너 와 무역업을 시작했다.

“한국인 며느리가 일본 시부모의 병 수발을 7년간 묵묵히 하더라고요. 장남이라 부모님을 모셨는데 돌아가신 이후에는 아내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한국에서 생산된 생식제품과 비누가 일본인 취향에 잘 맞기 때문에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고 매년 10만달러가량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본인이나 아내나 한국에서 무역을 하는데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쪽발이’로 시작하는, 수많은 일본 비하 속어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보듯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극도의 악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서로 이익이 되는 일본 수출 사업에 일본인이 직접 나서자 한국 사업가들이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일본인 취향을 직접 설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수출하겠다고 하니까 한국인들보다 더 신뢰감을 보이고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지금껏 사업이 잘 되고 있어요.”

경기 구리, 일산 등 아파트 지역에 살 때는 이웃과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이사온 지 석 달밖에 안 되는 이곳에서는 친척처럼 친해진 이웃이 여럿이다.

한적하고 강과 산이 있는 자신의 고향과 비슷한 경치를 갖고 있는 것도 그를 도심에서 벗어나게 한 이유였다. 사무실이 있는 일산까지는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옆집 할머니는 수시로 김치를 전해주시고, 구보야마씨는 대신 주말이면 할머니 집 정원을 가꾸어 주기도 한다.

구보야마씨가 가끔 임진강에서 잡힌 장어구이 파티를 열면 그의 집은 일순간 마을회관으로 변한 듯 소주 한 병씩 들고 찾아온 이웃들로 북적인다.

아내와 가끔은 다툴 일이 있는데 그때는 서로 모국어로 목청을 높인다.

이웃들과 부대끼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선입견을 하나씩 풀어갔듯, 부부싸움도 늘 싱겁게 끝난다는 게 부인 민씨의 말이다.

구보야마씨는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양국민들이 서로를 정확히 알만한 계기가 부족한 것 같다”며 “활발한 교류가 생기면 내 경우처럼 정말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