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 불황에서 탈출한 일본 기업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8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 일본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규모는 11억4400만달러(약 1조315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6700만 달러에 비해 약 3배로 늘어난 규모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도 올해 1·4분기(1∼3월)에만 45개 늘었다. 일본 기업은 1962년 한국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97년까지 35년간 1722개 업체가 들어오는 데 그쳤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면서 현재는 약 3412개 업체가 진출해 있다.
▽쇄도하는 일본자동차=도요타자동차의 간판 차종인 ‘렉서스’는 2001년 1월 뒤늦게 국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33개월 만인 작년 10월 BMW를 누르고 1위로 부상했다.
또 혼다는 올해 5월 ‘어코드’를 앞세워 한국에 진출해 한 달 만인 6월 국내 수입차 시장 4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초 ‘한국닛산’을 설립한 닛산도 내년에 총 7개 모델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차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예정대로 내년에 체결될 경우 수입관세 폐지로 약 9.2%의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전망이다.
▽유통·음료업계도 지각변동 예고=내수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유통업계는 일본 다이소산업이 최근 한국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이소산업은 일본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저가(低價) 할인점 ‘100엔숍’의 원조. 9월에 서울 명동에서 1호점을 열고 올해 안에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와 대전 갤러리아백화점에 2, 3호점을 열 예정이다.
아사히맥주는 최근 해태음료 보유 지분을 20%에서 41%로 늘리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이 독주하고 있는 국내 음료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밖에 일본 소니는 최근 삼성전자와 충남 아산시 탕정에서 액정화면(LCD) 합작 생산에 들어갔다. 디지털카메라 업체인 올림푸스는 국내 의료기 시장에 발을 뻗치는 등 국내 진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오문석(吳文碩)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기력을 회복한 일본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개방 폭을 확대한 한국 시장과 국내 고급인력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