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마당 풀 섶에서
버마재비 한 쌍이
무아경의 내川를 건너고 있구나
소리와 빛이 잠시 멎었다
풀리며 만길 적막이 겉히자
각시가 신랑의 머리통을 아작.
어느 하늘 끝에서 소리없이 천둥 터지는구나
신랑은 參禪중
각시 입안에서 가슴 배 팔다리 바수어지는
저를 바라보고 있구나
새끼발가락 끝에서 바르르떨던
나머지 生 한 터럭마저
허공으로 사라지고
붉은 입술 각시 유유히 자리를 뜨고
大寂光殿에서 염불소리 흘러와
참선하던 자리에 고여
한낮이 깊구나
막무가내로 깊어가는구나
-시집 '산으로 간 물고기'(문학의 전당) 중에서
에이, 천하에 상종 못할 미물들 같으니라고. 이 대명천지에, 대적광전 꽃살문도 삐꺼덕 열려 비로자나불이 모처럼 실눈 뜨고 내다보시는 환한 대낮에, 하고많은 수풀 놔두고 절 마당에서 꽁무니를 맞대다니. 당장 두 연놈을 잡아 멀리 던지려다가 문득 선후를 생각하니, 이 천년 사찰의 주춧돌도 실은 저들의 보금자리를 빌린 것이렷다.
낯 뜨거운 교합이야 섭리로 친다지만 피비린내 나는 살육은 또 뭔가? 참 고약한 풍습이로고, 버릇처럼 이맛살을 찌푸리려는데 가만……. 몸을 헐어 몸을 짓는 대역사가 진행 중이로구나. 암컷 사마귀, 지아비의 헌 몸을 헐어 수십 수백 채의 새집을 짓는 중이로구나.
흠, 성냥골 하나 들지 않는 버마재비 수컷의 다비식이다. 온몸이 부서져 탄다. 뼈 한 마디도, 사리 한 알도 남지 않았다. 소리와 빛과 참선과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있구나.반 칠 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