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를 통해 아시겠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무관이 만든 ‘신문 문건’ 때문에 또다시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공정위에서 신문시장을 담당하는 사무관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언론특위 간사인 문학진 의원 보좌관에게 전달한 자료가 화근이 됐습니다.
신문시장의 현황을 분석한 이 문건에 일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신문 논조를 비교하기도 했고, 신문시장 정상화 이후 생존이 어려울 것 같은 신문사 이름을 거명하기도 했습니다.
문건이 공개된 뒤 신문 유통시장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던 공정위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사무관이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 작성한 것이고 내부적으로 보고된 적도, 논의된 적도 없는 문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담당 사무관을 대기발령하고 담당 국장과 과장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번 문건 파문에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저는 2001년 공정위가 갑작스럽게 언론사에 대한 전격조사를 벌인 뒤 특히 정권의 실정(失政)을 많이 비판한 신문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언론개혁’ 의지를 밝힌 직후 언론사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발표했고 유례가 드물 정도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죠.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정권의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이 거셌고 부처 이미지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공정위는 결국 2003년 1월 공정위 역사상 처음으로 과징금을 스스로 철회하는 결정을 내려 2001년 언론사 조사가 얼마나 ‘짜깁기 조사’였는지가 드러났습니다.
신문 유통시장의 정상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정책 집행과정에 다른 ‘의도’가 개입돼서는 안 되겠지요. 정치적인 고려가 끼어들어서는 더욱 안 될 것입니다.
공정위가 ‘권력의 칼’이란 오명(汚名)을 짊어졌던 ‘2001년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신치영 경제부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