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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구려史 대응]“학술적 해결” 中주장 인정않기로

입력 | 2004-08-08 18:40:00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응 전략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對)중국 압박’을 선택한 것 같다.

‘주중 한국대사 소환’이나 ‘양국 고위급 인사 교류 중단’ 등 단기 쇼크 요법을 쓰지 않는 대신 중국 정부의 왜곡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간다는 정부 방침은 ‘선제공격’은 자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고구려사 왜곡문제는 국가 존엄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중국에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강경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전’ 준비하는 정부=정부 당국자는 8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을 묻는 취재진에 “상대국(중국)과 교섭할 땐 가급적 말은 적게 하고 일을 많이 하는 게 좋다. 내가 많이 떠들면 우리 교섭전략만 노출돼 ‘장기전’을 펴나가는 데 도움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 정부도 나름대로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학술적으로 대응하자’는 중국측 요청은 거부하기로 했다. 2월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말자’는 양국간 합의를 먼저 깬 것은 외교부 홈페이지의 ‘고구려’ 부분을 삭제한 중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국측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복원은 물론 지방정부의 고구려사 왜곡과 국립대학인 베이징(北京)대 교재 등 정부 관련 출판물에서의 왜곡을 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왜곡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학술적 해결’이란 중국 정부의 방침에 결코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구려사 대책 협의회의 대표를 차관보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직접적인 유감 표명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도 ‘한중 관계 전반을 악화시키지는 않되 고구려사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정부 내 강경론=그러나 이런 온건 조치들로 중국 정부를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고구려사 왜곡은 주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해결에 ‘비용’ 문제를 따져선 안 된다”며 “한중 관계의 일부 훼손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일본의 과거사 ‘왜곡’은 그야말로 ‘왜곡’이지만, 고구려사 문제는 ‘역사 부정’”이라며 “중국에 ‘결코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