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상원의원 경력은 득이 되지 않는다.
현역 상원의원이 백악관의 주인이 된 것은 29대 워런 하딩과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2명뿐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재임 중 사망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상원의원 경력은 △국가현안을 폭넓게 다뤄봄으로써 국가지도자로서 필요한 경험을 갖추고 △주 단위에서 당선 가능성이 입증됐으며 △선거자금을 도와줄 사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대선 때마다 많은 상원의원이 후보 경선에 나섰다. 올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도 출마자 9명 중 전현직 상원의원이 5명이나 됐다.
그러나 상원의원은 의회에서의 수많은 표결과 입법 기록이 남아 있어 상대 후보에게 좋은 공격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하딩과 케네디 전 대통령은 초선이어서 표결과 입법 기록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당선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868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정당의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나선 상원의원 가운데 후보가 된 사람은 16%뿐이었다.
특히 1960년부터 1996년까지 후보 경선 출마자의 약 3분의 1이 상원의원이었지만 11%만 후보가 됐다. 반면 주지사의 후보 지명 성공률은 48%.
5선 상원의원인 케리 후보는 이런 약점을 잘 아는 만큼 자신을 상원의원으로 부각시키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그는 TV 광고에서 자신을 상원의원보다는 ‘참전용사’ ‘전직 검사’ ‘남편’ ‘아버지’ ‘어린이들의 옹호자’ ‘사냥꾼’ ‘조종사’ ‘하키선수’ 등으로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해 왔다.
전당대회에서 45분 동안 5343개 단어 분량의 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도 상원의원 활동에 대해서는 단 26초 동안 73개 단어만 사용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당연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측은 케리 후보가 상원의원이란 사실을 강조하면서 그가 참가한 6000여건의 표결 기록에서 공격 소재를 찾아내 이용하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