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와 세수(稅收) 형편을 감안하면 여당의 재정 확대나 야당의 감세정책 모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선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재정지출 확대는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올해 사회보장기금과 공적자금 상환액을 뺀 실질적인 통합 재정수지는 적자 규모가 7조2250억원으로 당초 전망치 3조4970억원보다 106.6%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도 20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65조7000억원)보다 22.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가 많아지면 이자 부담이 커져 국가 재정 운용에 걸림돌이 된다.
이밖에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앞당겨 집행함에 따라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리거나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일시차입금 8조원도 모두 소진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경예산편성, 적자국채발행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세입예산 달성이 어려워 감세정책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세(관세 제외) 수입은 53조1663억원으로 연간 예산(113조7647억원)의 46.7%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세수진도비율(세수 목표액 대비 징수액)인 49.7%보다는 3%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매년 세수가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나 올해는 목표치를 맞추거나 그보다 1000억∼2000억원 정도 모자랄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경기 침체 탓에 세수 부족분은 1000억∼20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辛석夏)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국민경제에서 정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를 위해 추경예산이 매년 반복적으로 편성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감세정책도 정부의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데다 나중에 다시 올리려면 조세 마찰이 생기기 때문에 단기적 부양책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비교구분감세재정지출 확대경기부양 효과-간접적(감세로 인한 가처분 소득 증가소비 투자 활성화, 저축 증가로 이어질경우 효과 미미)-직접적(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재정지출 증대는 직접적인 수요 증가)정책 발생 효과-소득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는 시기가길고 입법과정에 장시간이 소요-예산의 조기 집행 등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생재정 건전성-한번 인하된 세율을 다시 인상하는 것은매우 어려움-국채 발행 없이 세출을 증가시키는경우 세입 기반은 계속 유지-국채 발행에 의한 세출 증대는 민간투자구축 및 금리인상 우려소득재분배 효과-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에 효과가크게 나타날 가능성-중산층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직접지출가능하여 소득재분배효과 큼
(자료:재정경제부)
차지완기자 cha@donga.com
▼재정확대, 뉴딜정책 대표적-세금감면, 레이건때 효과봐▼
정부는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라 불황기에는 적자재정(赤字財政), 호황기에는 흑자재정(黑字財政)을 집행함으로써 경기 순환의 폭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불황기의 대표적인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을 위해 세금을 줄이는 감세정책과 재정지출을 늘리는 재정지출확대정책 등이 있다.
재정지출확대정책은 1930년대 이후 공공사업 등에 대한 재정지출을 늘려 직접적인 유효 수요를 증가시켰던 뉴딜정책이 대표적인 사례. 고용 증대와 타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민간투자를 위축시키고 금리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감세정책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 소득세를 줄이면 개인 소비가 활발해지고, 법인세를 줄이면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감세정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감세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저축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1995, 1998, 1999년 등 3차례에 걸쳐 경기 부양을 위해 감세정책을 실시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인한 실업 증가, 높은 저축성향, 자산 디플레 현상 등으로 감세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으로 흡수돼 경기 부양에 실패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