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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회복 해법 공방]단기부양책으론 ‘약발’ 안먹힌다

입력 | 2004-08-09 18:43:00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경제회생 카드로 내놓은 적자재정 편성과 감세정책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양당이 내놓은 처방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경제 위기를 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두 정책 모두 당장 먹기에 달콤한 ‘곶감’이지만 곳간이 빌 수밖에 없는(국가재정 악화) ‘양면성’도 지니고 있다.》

‘경기를 살리려면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나, 아니면 세금을 깎아줘야 하나.’

정부와 여당은 재정지출 확대가 경기를 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과 일부 민간연구소는 감세(減稅)가 가계의 여윳돈을 늘려주는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맞서고 있다. 단기 경기부양 수단에 대한 논란이 붙은 것.

하지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재정지출과 감세 등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은 한계가 있으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제거하여 투자와 소비에 나서게 하는 근본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정지출을 늘려야 경기가 산다=열린우리당은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가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를 구성하는 3대 경제주체 가운데 가계와 기업이 돈을 쓰지 않으니 정부라도 나서서 돈을 풀어야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것.

여당은 “정부가 내놓은 내년 예산안은 경기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며 적자재정의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내서라도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에서 쓰지 않겠다고 하던 단기부양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세수(稅收)가 줄고 재정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지만 재정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일률적인 감세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조세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9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는 “적자재정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점검해보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미 재정지출 확대와 적자재정 운용에 대한 협의를 끝내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금을 깎아줘야 소비가 늘어난다=이 같은 정부 여당의 시각에 대해 한나라당과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재정을 늘려 경기를 제대로 살린 적이 없었다며 선진국처럼 감세를 통해 경기회복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등 전면적인 감세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가계의 소득을 늘려줘야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한구(李漢久)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6, 7년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주력했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며 “위험한 재정정책보다는 과감한 감세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민간 경제전문가들도 장기불황을 막기 위해서는 감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문건(丁文建)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일본의 경우 장기침체가 계속됐을 때 100조원이 넘는 재정지출을 해왔지만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감세를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줘야 내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론 안 된다=경제를 살리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나성린(羅城麟) 한양대 교수는 “감세나 재정지출을 갖고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회의적이다”며 “지난 1년반 동안 다 써왔던 정책이며 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경기 부양책으로 우리 경제를 살린다는 정책은 맞지 않다”며 “정부의 국정 운영방향을 고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과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태정(宋泰政)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감세정책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며 “재정지출이 더 효과적이지만 이 역시 꼭 필요한 분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하(金龍夏) 순천향대 교수는 “먼저 분배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감세냐 재정지출이냐’를 논쟁하는 것은 ‘후진기어를 넣고 액셀러레이터를 어느 정도 밟을 것이냐’는 논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제 진단 및 해법 비교열린우리당구분한나라당-경기부양 하지 않을 경우 장기침체국면 우려-정부의 ‘경기중립적’ 내년 예산편성으로는 경기대응에 한계-기관투자가의 증시 지탱 역할 취약-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취약 경제현황 진단-각종 경제지표 1997년 외환위기당시보다 악화(현 정권 1년간 청년일자리 19만개 소멸. 외환위기 이후가장 낮은 수준의 외국인 투자 등) -서민경제 파탄(1998년 대비 국민연금 체납액 6.3배 증가 등)-적자재정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확대 예산 편성 바람직-SOC투자, 중소기업 지원, R&D 투자 및교육투자 등에 재정지원 집중-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 금융지원 확대-연기금의 부동산 및 증시 투입 위한 기금관리기본법 국회 통과 관철-시장개혁 정책의 지속적 추진 구체적 처방-과감한 감세정책을 통한 친기업적 환경 조성-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해 3년간한시적으로 법인세, 소득세와 세무조사 면제 방안 추진-‘경제위기’ 선언을 통해 정부에대한 국민의 불신감 해소-정부의 경상비 예산 대폭 절감-정책불확실성 해소-건전재정 저해로 재정적자 심화 우려 -인위적 경기부양을 통한 후유증 우려-사회안전망 확충에 따른 소요재원 조달 불투명문제점-세수부족으로 재정수지 악화가능성-경기부양 효과 불확실-부유층과 저소득계층간 갈등 심화 가능성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