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박진 국제위원장(가운데)과 임태희 대변인(왼쪽), 박찬숙 의원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영수기자
여야는 9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일제히 강경대응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 내심 신중한 접근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외교통상부와의 당정협의에서 고구려사 왜곡이 정치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학술적 대응은 물론 외교적 정치적 대응도 병행키로 했다. 또 정부보다 강도 높은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당 지도부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여당답게 차분히 내실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감성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은 “외교관련 문제에서 야당이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움직이기가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당의 ‘역할분담’에 의견이 모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회의에서 외교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나 외교부가 “중국과의 외교에서는 실리를 찾아야 하며 반드시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충을 토로하자 당이 대신 나서 ‘악역’을 맡기로 했다.
당정이 이날 설치키로 한 ‘범정부 대책협의회’를 국무총리 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두려는 것도 현재 실무대책협의회를 담당하는 외교부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은 중국의 공식 사과를 요청하는 등 초강경 대응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결국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뿌리째 흔들리면 잘 살 수 있겠느냐”며 정부를 질타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친중 성향을 보이는 열린우리당이나 청와대 실세들이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국가의 중대한 문제인 만큼 적극 나서야 한다”고 여권을 압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