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만도 수십 년간 수십여 개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으며, 초등교과서에까지 수록되어 있는 아주 친숙한 책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이 책에서는 다양한 느낌을 받는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의미, 혹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거나, 이타적인 삶의 주인공을 찾아보기도 한다.
작품, 혹은 저자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했는가 보다는 독자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초등생 7명과 이 책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6학년 한 여학생은 나무의 반복적인 말에 주목했다. 소년이 어느 시기에 나타나든 늘 “놀자”고만 하는 나무의 대사를 보며,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옆에 있던 남학생은 ‘나무는 행복했다’는 반복문을 가리키며 “행복한 것은 나무뿐이었나 보죠?”하곤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5학년 여학생은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책을 두고 얘기할 때는 상대방의 요구를 정확히 볼 줄 아는 민감함과 수용력, 그리고 세심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따뜻한 태도가 필요하다. 힘겹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입을 일시에 닫게 만드는 교사나 부모, 어른이 얼마나 많은가.
중고생 그룹과의 토론에서는 작품 속 인물의 중년기를 통해 부모님의 ‘욕구’를 생각해보도록 했다. 고3의 한 남학생은 이 책에서 ‘너무 지치고 슬퍼서 놀 수가 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았다고 고백했다. 나무에 기대 선 청소년기 소년의 고민과 여행이 필요한 부모님의 마음을 비교해보며,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또 다른 모임에서 한 주부는 이미 중년이 된 아들에 대한 시어머니의 숱한 간섭이나 주부 자신의 자녀에 대한 집착이, 소년의 성장을 보지 못하는 나무와 다름없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 책은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아이와 번갈아 읽으며 자신의 욕구를 표출케 하거나 의사소통 연습에 활용하기에 좋다.
이밖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얘기 나눌 있는 아동서로는 ‘마법의 설탕 두 조각’(소년 한길)이나 ‘침 튀기지 마세요’(고슴도치),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이 있다. 이 책의 초점을 ‘성장’에 맞춘다면, ‘거꾸로 오르기’(온누리), ‘하프타임’(낮은 울타리), ‘마흔의 의미’(나무생각),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푸른숲) 역시 함께 보기 좋은 책들이다.한 이 옥 한우리독서치료연구회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