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성기를 누린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 캐릭터를 맞대결 시킨 영화 ‘프레디 VS 제이슨’.-사진제공 인필름앤닷컴
프레디와 제이슨!
1980년대, 공포영화에서 만난 둘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공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탄생시킨 ‘나이트 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기억하세요? 중절모와 갈퀴손, 그 긴 손가락을 쇠파이프에 대고 ‘찌∼익’ 긁어대면 소름이 오싹 돋았죠. ‘잠들지 말라’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84년 첫 시리즈를 시작으로 94년 ‘웨스 크레이븐의 뉴 나이트 메어’까지 7편이 제작됐습니다.
10편까지 제작된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제이슨은 또 어떻습니까? 어둠을 배경으로 불쑥 나타나 하키 마스크를 쓴 채 벌채용 칼을 무지막지하게 휘둘러댔죠. 서양인들이 불길하게 여기는 13일의 금요일이 국내에서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은 이 영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배급 사정으로 13일의 금요일이 아닌 ‘27일의 금요일’에 개봉되는 영화 ‘프레디 vs 제이슨’(18세 이상 관람가)의 홍보 카피는 ‘더 잔인한 놈이 남는다’입니다.
‘프레디와 제이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영화는 교활한 프레디가 공포의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제이슨을 배후조종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꿈속에서 주로 활동하는 프레디가 힘을 발휘하려면 사람들 사이에 공포라는 감정이 있어야 했고, 그래서 제이슨을 현실세계에 등장시킵니다. 말하자면 프레디 감독에 프레디와 제이슨 공동 주연이죠.
2000년대 분위기에 어울리게 마을 주민들은 아예 꿈을 꾸지 않는 약을 먹는 등 프레디 극복법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이슨이, 꿈속에서는 프레디가 등장하는 ‘콤비 플레이’에 속수무책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이라면 영화 제목이 무의미해지겠죠? 결국 둘은 서로 많은 희생자를 차지하려다 충돌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여기까지입니다. 둘의 싸움을 화끈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죽여도, 죽여도 쉽사리 죽지 않는 두 ‘주연배우’가 장시간 출연하다보니 식상해진다는 것이 이 영화의 딜레마입니다. 결정적 장면에서 등장해 놀라게 하거나 죽여야 한다는 공포영화의 룰이 깨져버렸기 때문이죠.
누가 이겼냐고요?
관객을 위해 밝힐 수 없는 비밀입니다. 힌트는 있죠. 제이슨 역의 켄 카징거는 198cm로 역대 제이슨 가운데 키가 가장 큽니다. 반면 프레디 역의 로버트 잉글런드는 177cm로 다소 작은 편이지만 줄곧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로 등장해 ‘로버트 프레디 잉글런드’로 불릴 만큼 경험이 많습니다.
이번 13일의 금요일. 프레디 꿈을 꿀 지, 아니면 제이슨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