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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역사 말끔히 정리안돼”…軍지휘관 초청 오찬

입력 | 2004-08-11 18:30:00

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1일 청와대로 군 지휘관 70여명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군간에는 갈등이 없다고 밝혔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1일 “광복을 맞으면서 그 이전 역사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군사정부 시절의 잘못된 역사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불거지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며 “역사는 한번씩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군 지휘관 7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최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군 지휘관 조사 문제에 대해 해명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여권 일각의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추진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반환문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군과 관련해서도 과거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는데, 우리 군은 오히려 과거에 문제가 됐던 일들을 스스로 적극적으로 밝히는 자세를 갖고 정리해 나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결단을 할 때 새로운 신뢰가 싹튼다”며 “과거를 능동적으로 결단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일본의 차이를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혹시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를 통째로 뒤집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 역사 정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특정사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일반론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군과 관련한 과거 문제’에 대해서도 “군내 의문사 사건에 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에서 나타난 노 대통령의 인식은 결국 ‘과거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여권 내 386운동권 출신 등 진보세력의 논리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과거사 발언’은 야당과의 대립각 세우기로 비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일부 군 장성에 대한 최근의 비리수사와 문책조치에 대해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특별히 의도되거나 기획된 일은 아니다”며 ‘군심(軍心) 달래기’에도 주력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